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이강 유람 - 계림의 진수 (2)

by 깜쌤 2005. 9. 10.


 이강 선착장 부근엔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자질구레한 군것질거리들을 판다. 작은 게를 졸인 것들도 있고 물고기를 튀겨서 파는 것도 있었다. 그런 것들은 나중에 즐겨보기로 하고 일단 배에 올랐다.

 

철판으로 만든 작은 배는 한 열 댓 명이 앉을 수 있는 그런 크기이다. 내부엔 작은 나무 의자를 두 줄로 배치했다. 배 앞머리 부분에는 자그마한 간이용 나무 의자를 놓고 앉아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냥 의자 없이 앉아도 아무 문제는 없다.

 

 가이드 겸 운전기사인 분이 직접 키를 잡고 배를 출발시킨다. 타고나니까 양삭에서 끊은 표를 달라고 해서 가져가 버린다. 그렇다면 이 아저씨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챙기는지 의심스러워진다.

 


호텔에서 손님을 불러모으고 알선해주는 매니저도 한푼 챙겨야 할거고 여기까지 데려오는 청년도 한 몫을 가져야 하며 그리고 나서 나머지는 뱃사공이 차지할 것이다. 이런 장사라면 지방 하급 관리들에게도 어느 정도 바쳐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 돈 6,000원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이야긴데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배는 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이강 물살이 제법 센 편이어서 막상 출발하고 보니까 가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 양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 나타나기도 하고 한쪽에만 절벽이 바싹 다가서기도 했다.

 

 강가 둑 너머로 펼쳐진 대나무 숲도 여기저기 뭉쳐 서 있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나무 숲 사이엔 작은 마을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어서 선경을 이루었다. 이러니 어찌 계림산수천하갑(桂林山水天下甲)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사나운 물살을 헤치고 강을 건너는 물소 떼들도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했는지 얕은 여울만을 골라서 묘하게 헤엄쳐 건너가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강물이 맑은 편이지만 예전보다 탁한 정도가 심해졌다고 한다. 이런 산수(山水)가 오염된다는 것은 너무 아쉽고 슬픈 일이다.

 

뱃사공 아저씨는 중국어로만 설명을 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옆의 청년들에게 영어 통역을 부탁했더니 어설픈 영어로 열심히 설명해 준다. 고맙기 그지없었다. 홍콩에서 왔다는 이 청춘 남녀들도 사공아저씨가 내뱉는 중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통역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중국이란 나라가 크긴 크다. 같은 중국어도 잘 알아듣질 못하니 말이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는 잘 구경을 하지 못하겠기에 급기야는 작은 의자를 들고 배 앞머리에 올라가서 앉았다.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오는데다가 비 온 뒤이므로 절벽과 봉우리에 구름이 걸려있기도 하고 묻어 내려오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니 이강 유람의 즐거움과 아름다운 경치는 필설로 형용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가 올라가는 모습인데 반해 상류에서는 관광객들을 가득 실은 대형 유람선들이 줄을 지어 떠내려 오고 있었다. 스쳐 지나갈 땐 승객들끼리 서로 손을 흔들기도 한다. 유람선 꽁무니엔 요리 시설이 되어있어서 주방에선 요리사들이 부지런히 요리를 쟁반에 담아 승객들에게 나르고 있었다.

 

그렇다. 이런 배를 타고는 신나게 먹어야 한다. 고급 요리에다가 중국이 자랑하는 마오타이주나 고량주 한잔, 혹은 이도 저도 아니면 계림 맥주한잔 정도를 곁들이면 더욱 더 흥이 나지 싶다. 가난한 우리 배낭여행자들은 그냥 입만 다시고 만다.

 

하여튼 사람은 좋은 곳이라면 다녀봐야 하고 좋은 음식이라면 먹어봐야 하는 것이다. 온갖 군상의 인간들을 가득 태운 유람선은 그렇게 하류로 하류로 떠내려갔고 우린 상류로 상류로 줄기차게 거슬러 올라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