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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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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이강 유람 - 계림의 진수 (1)

by 깜쌤 2005. 9. 9.


                                          <싱핑(興平)에서 이강으로 가는 골목길>

 

 서씨 아줌마가 당한 비극 때문에 마음은 끝간데 없이 가라앉기만 했다. 그러나 우리 전체를 생각해서라도 그런 기분을 빨리 떨쳐버려야 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매니저 아줌마가 말을 붙여왔다.


 "싱핑에 한번 가보시지요. 이강 유람의 핵심인데 거리도 가깝고 우리 집에서 유람선 표도 끊어 드립니다."
 "아하, 그래요?"
 "여기서 표를 끊고 버스를 타시면 흥평에서 사람이 기다릴 겁니다. 보통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 배를 타는데 요금은 40원입니다. 그 정도면 좋은 가격이라 할 수 있지요."

 

론리 플래닛에서도 흥평에 관해서 호평을 하고 있었으므로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니 귀가 솔깃해지고 만다. 우린 흥평에 가서 유람선 교섭을 해볼까 했는데 이렇게 말해주니 오히려 고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자기들이야 장사 속으로 하는 말이지만 거간꾼은 어디서나 필요한 법이다.


 "표를 끊으시면 우리 아저씨를 따라 가셔서 도로 가에 서 있다가 흥평가는 버스를 타면 됩니다."


 한 사람 당 40원에 흥평에서 이강 유람을 즐기기로 하고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비가 서서히 개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도로도 깨끗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밝기만 한 것 같다. 주인 아저씨를 따라 큰 도로에 가서 기다리니 얼마 안 있어서 버스가 왔다. 지방으로 가는 버스는 모두 미니버스를 쓰는 모양이다. 그건 터키 오지에서도 그랬다.      

  
 이강을 가로질러 강을 건넌 버스는 복리(福利 푸리)를 거쳐간다. 복리는 양삭에서 한 8km정도 떨어진 작은 읍 정도의 도시인데 인파로 북적이는 재래 시장이 유명하다고 한다. 버스는 석회암 암봉들 사이로 난 작은 평야를 따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데 한 25분 정도 달리니까 다 왔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작은 시골 버스 정류장이었다. 거기가 종점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청년 한사람이 다가와 여관에서 끊은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다음 버스에도 몇 사람들이 더 오므로 기다리라고 해서 버스 정류소 벤치에 앉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럴 땐 작은 배낭 속에 넣고 다니는 일기장을 꺼내 일기를 쓰는 게 최고다. 조금 끄적거리고 나니까 다음 버스가 도착했다. 약 15분에 한 대씩 다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유람을 끝내고 난 뒤 양삭으로 돌아나가기가 쉬워진다는 말이다.

 


                                             <싱핑에서 본 이강 풍경의 한장면>

      

 이번 버스로는 중국인 청년과 아가씨들이 몰려왔다. 우리 팀에도 4명이 끼게 되어 크게 심심하진 않게 생겼다. 유람선까지 인도하는 청년을 따라 흥평 읍내 골목길을 따라 강으로 갔다. 이런 골목길은 정취가 있는 법이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작은 지류엔 어제 밤에 내린 비로 인해 흙탕물이 콸콸  내려가고 있었고 놀랍게도 그 흙탕물 가에서도 빨래하는 여자 몇몇이  있어서 이국의 정취를 불러내고 있었다.


 한 5분 정도 걸었을까 싶었는데 안내하던 청년이 지나가는 오토바이 개조 차량을 불러 세우더니 우리들보고 모두 타라고 한다. 중국 젊은이들과 함께 비좁은 공간에 마주앉아  흔들리는 차체에 몸을 맡기고 우리도 재미 삼아 이리저리 흔들려보지만 너무 심하게 흔들면  미니 차가  뒤집어질까 싶어 자제하고 만다.


 드디어 강가에 도착한 것이다. 이강! 중국인들이 평생에 한번은 계림에 가보고 싶어하고 한번은 이강 유람선을 타보고 싶어하고, 일생에 한번은 즐겨보고 싶어한다는 이강에서의 뱃놀이가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