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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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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天山 天池 - (2)

by 깜쌤 2005. 9. 11.


                                                  <천지 입구 부근>

 

천지가 가까워지면서 풍경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버스에서 내려다봐도 거품을 뿜으며 흐르는 물이 예사롭지가 않다. 자갈이 지천으로 깔린 개울이 나타나더니 이내 그 자갈들이 바위로 변하기 시작하고 드디어는 개울가로 버드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길가로는 포플러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서 우리들을 환영하는 것 같았다. 개울 가 조금 터가 넓은 곳에서는 흰색 천막집 게르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코가 높은 위구르 할아버지나 할머니, 혹은 아주머니가 밖에까지 나와있고 환영의 문구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민박을 겸하는 게르 같았다. 저런 곳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묵으며 양고기를 먹어봐야 하는 건데....


 조금 더 올라가니 문표(門票) 판매소가 나온다. 문표는 우리 식으로 하면 입장권을 말한다. 손님들이 내려가서 사와야 한다고 운전기사가 이야기를 한다. 중국어는 못 알아들어도 중국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내용이야 짐작되는 것 아닌가?

 

많은 중국인들은 밀짚으로 만든 말보로 상표의 카우보이 모자를 하나씩 사서 머리에 얹고 폼을 잡는다. 우리도 하나 사려다가 모두 모자를 가지고 있기에 생각을 바꾸고 말았다. 디자인이 조금 조잡하기도 하거니와 쓸데없이 짐만 늘기 때문이다.


 다시 달리다 보면 갑자기 길이 좁아지면서 암문(岩門)사이를 지나게 된다. 이제부터 꼬불꼬불한 산길이 한없이 위로만 이어진다. 다 와 가는 모양이다. 그 길을 올라가노라면 오른쪽에 소천지가 나타난다. 자그마한 호수지만 물빛은 아름다웠다. 한쪽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양고기를 준비하는 식당 - 조금 엽기적인가?>


 천지 밑에 자리잡은 주차장에 차를 댄다. 아까 밑에서 버스 기사가 뭐라고 안내방송을 하니 많은 중국인들이 찬성하는 것 같았다. 저어기 밑에다가 차를 대고 걸어 올라와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올라왔으니 추가요금 5원을 더 내란다. '제길헐'이라는 소리가 나올 뻔했다. 그런 뜻이었다면 우린 내려서 걸어온다. 5원이면 한끼 먹을 수 있는 거금 아니던가?


 주차장엔 수많은 차들이 바글거렸다. 돌아가는 차는 오후 5시에 출발한단다. 그렇다면 이제 시간은 많다. 자유시간이므로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된다. 일단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주차장 부근에 음식점들이 즐비해서 우린 좀 깨끗한 곳을 골라 들어가 볶음밥을 시켰다. 주차장 밑 빈관 마당에서 양고기 볶음밥을 시켰는데 자그마치 10원이나 받는다. 대단한 녀석들이다. 중국 물가에서 10원이면 얼마나 큰돈인가?


 청년들과는 4시 30분에 만나기로 하고 형님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천지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여서 일단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천지 올라가는 길>

 

길 양쪽으로는 침엽수림들이 하늘 위로 쫘악 뻗어있어서 나무들 키 재기 시합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늘도 푸르고 맑아서 공기 자체가 달콤하다는 느낌이 든다. 길 양쪽에 자리 잡은 한족과 카자크인들이 '추마'라고 유혹해 온다. 아마 말을 타라는 뜻이리라.


 마침내 천지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까지 도착했을 때 난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아래 햇빛에 빛나는 잔물결들이 반짝이는 가운데 알프스 스타일의 암봉(岩峰)들이 사방에 웅대한 자태를 뽐내며 호수를 둘러서 있다.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모른다. 그 맑은 물에 산들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서 컴퓨터 바탕화면 같은 멋진 풍광을 이루는 것이다. 저 멀리 산자락엔 눈이 묻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