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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실크로드 : 우루무치 - (4)

by 깜쌤 2005. 9. 9.



 박물관을 다 보고 난 뒤엔 다시 시내까지 걸어온다. 여기가 아무리 더운 사막도시라고 해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해지므로 그늘로만 골라 걸으면 아무 탈이 없다. 이것저것 살피며 걷는 즐거움은 말로 못할 정도이다. 위구르인들이 만드는 전통 빵 '난(=낭)'가게 앞에 서서 구경을 하기도 했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넓적하게 만든 뒤 화덕 벽에 처억 붙여서 구워 내는 둥글넓적한 빵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기에 하나 사 본다. 보기보다는 맛이 별것 아니었지만 위구르인들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의 백인들이 어디 우리 밥을 맛있게 먹던가? 오징어구이 냄새만 맡아도 기겁을 하는 그들이 오징어포를 좋아할까? 같은 이치다. 나에겐 별것 아닌 것이지만 위구르 사람들에겐 한없이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니 줄을 서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결국 시내 중심부까지 걸어온 우리는 홍산 공원을 향해 걸었다. 우루무치 시내 중심부에 있는 홍산(紅山)은 그 모습이 떠오르는 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붉은 암벽들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름의 유래야 어떻든 홍산에 오르면 우루무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여기엔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의 산파역을 한 정치인 임칙서의 상이 있다. 홍산을 내려오면 곧 그 부근에 인민공원이 있다.

 


 홍산의 절벽 위에는 9층 짜리 진용탑이 있다. 거길 목표로 삼은 우리는 걸어서 올라간다고 작은 공원으로 길을 들어섰다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이 즐비한 도시관통 고속도로를 건너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미니 공원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홍산공원 진용탑 부근으로 연결된 케이블카가 왜 있는지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상술에 뛰어난 중국인들이 도로를 건너야 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작은 공원 속에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특히 유료낚시터의 풍광이 특이했다. 사람들이 낚싯대를 가지고 빽빽하게 유료낚시터 가에 둘러앉았는데 심심찮게 한자(尺) 가까이 되는 잉어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사막에서 낚시를 즐긴다는 것이 보통 넘는 일 아니던가? 어떤 사람은 살림그물에 잉어를 수북하게 잡아 놓았다. 저렇게 엄청나게 잡아가면 낚시터 주인은 매일 배 아프지 싶다.


 어쨌든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도로 위를 가로질러 공원으로 올라갔다. 홍산에 오르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9층 짜리 진용탑은 절벽 위에 우뚝 솟아올라서 시가지를 조망하기엔 멋진 자리이다.

 


 탑 속엔 들어갈 수 없지만 바로 밑에까지 접근하는 것은 가능하다. 중국인 젊은 커플들은 자물쇠를 사서 거기에다가 자기들 이름을 새겨 줄에다가 거는 습관이 있나보다. 이런 모습을 여러 군데에서 보았는데 여기서도 어김없이 그런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다가 헤어지면 그 자물쇠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잠시 휴게소 의자에 앉아 빙과류를 사먹고 있는데 저쪽에서 위구르인들의 옷을 빌려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들의 행동이 수상하다. 아가씨는 상당히 반반한 편이어서 선뜻 사람들 눈에 띄는데 그 아가씨에게 옷을 빌려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하는 애인이 아무래도 이상하기만 했다. 내 눈에는 틀림없이 동성애 커플로 보인다. 여자 동성애자들 말이다.


 남자 역할을 하는 아가씨는 머리도 일부러 짧게 깎고 남자 의상을 입었지만 틀림없는 여자이다. 태국의 수상시장에서는 여장남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입맛이 떨어질 정도로 징그럽기만 하다.

 


 태국에서 한번은 기차를 탔는데 남장여자와 여장남자가 한 쌍을 이루었다. 남자는 키가 185cm쯤 되어 보였고 여자도 그 정도였는데 이 커플들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보니 남녀의 역할을 바꾸어 하고 있었던 거다.


 즉 남자가 여자 행세를 하고 여자가 남자 행세를 하는데 남자가 응석과 애교를 떨고 여자가 철저히 남자를 보호해 주는 요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여자는 람보 같은 군복 스타일인데 남자는 여자 차림이니 내가 한참 헷갈렸다.


 사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이므로 내가 탓할 것은 없지만 뭔가 입맛이 씁쓸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여기서는 여성 동성애자들을 만난 것이니 왜 내 눈엔 그런 것만 눈에 잘 띄는지 모르겠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공원을 내려오는데 매미 소리가 흐드러졌다. 서역 매미도 우는 소리는 우리 매미와 같다. 우리 집 옆 미니 공원엔 지금쯤 매미들이 신나게 울어대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