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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天山 天池 - (1)

by 깜쌤 2005. 9. 10.

천지

 

 오늘이 보름째다. 8월 12일이니 아직 열흘은 중국 땅을 더 헤매고 다녀야 한다. 아침 7시에 눈이 떠졌다. 모두들 의논을 한 끝에 오늘은 천지(天地)를 가보기로 한다. 그전에 먼저 할 일은 표를 구해놓은 일이기에 실습 겸해서 청년 둘을 역에 보냈다. 일정상 도저히 다른 곳을 방문하기에는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서안을 들렀다가 성도에 가기로 했다.

 

서안은 역사에 장안(長安)으로 나오는 유명한 고적 도시이다. 중국 역사에서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도시가 서안이므로 온 김에 거길 구경하고 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 나는 이미 예전에 다녀 간 도시이므로 별 의미가 없는 곳이지만 우리 일행 가운데 나를 제외한 세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종이에 열차번호와 필요한 기차표 매수, 시간과 좌석 종류 등을 적어서 창구에 들이밀면 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사실 그 정도는 다 할 줄 아는 청년들이므로 일러주는 내가 성가신 시어머니가 될 뿐이다. 한참 뒤에 돌아온 청년들의 말로는 야간 열차밖에 없어서 못 샀다는 것이었다. 야간 열차라면 오히려 조건이 더 좋은 것이니 다시 한번 더 가보기를 당부했다. 이번에는 거뜬하게 구해왔다.


 8월14일 발 194열차인데 서안까지 요금이 자그마치 434원이다. 우리 돈으로도 쳐도 6만 5천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하여튼 중국 여행에서는 길에다가 돈을 다 깐다는 느낌이다. 이제 기차표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의 목적지인 천지를 향해 출발했다. 천지를 가려면 먼저 시내로 들어가서 인민공원까지 가야했다. 그 부근에서 천지행 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천산천지의 눈덮인 봉우리들-천지에서 찍은 모습>

 

 천지(天池)는 우루무치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115km 떨어진 곳에 있다.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우루무치 시 외곽에 길게 뻗은 천산산맥의 주봉(主峰)인 보거다봉(博格達峰) 중턱에 자리잡은 아주 아름다운 호수여서 중국인들이 한번씩은 가고 싶어하는 관광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보거다봉은 해발고도 5000미터가 넘는 산이므로 연중 내내 흰눈과 빙하를 품고 사는 높은 봉우리이다.


 참, 중국이란 나라는 묘한 곳이다. 동쪽 끝에 백두산(중국말로는 장백산) 정상에 천지가 있고 서북쪽 끝자락에 다시 천지가 있으니 천지가 지천으로 널린 나라 같다. 워낙 큰 나라이니 그 외에도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호수는 부지기수로 더 있을 것이다. 우린 천지라고 하면 백두산 천지만을 떠올리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알프스 비슷한 경관을 자랑하는 보거다봉의 허리쯤에 해당하는 해발 1,890m의 고도에 깊이가 90m나 되는 천연 호수가 자리잡고 눈으로 뒤덮인 천산산맥을 수면에 그대로 반사하고 있으니 아름다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천산 천지의 모습>

 

 우리 일행이 네 사람이나 되므로 택시를 타고 인민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옆에서는 9시 40분에 출발하는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많은 손님들이 이미 버스 안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만 올라타면 거의 만원이 될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일찍 가기 위해서인지 왕복요금 40원을 30원으로 할인해 주겠다고 한다.


 졸지에 거금 10원을 벌게 생겼다. 난 제일 앞자리에 앉았는데 내 옆의 아가씨는 은행원으로서 중국 동부 무한(武漢)에서 왔다고 한다. 영어를 떠듬거리며 말하기는 했지만 의사소통에는 별무리가 없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호기심을 나타내 보인다. 대화를 길게 하고 싶어도 그녀가 영어를 잘 모르고 내가 중국어를 잘 모르니 자주 끊기고 만다.


 천지까지 가는 도로는 훌륭했다. 시 외곽으로 쭉 뻗은 도로도 시원하거니와 양쪽 옆이 사막지대로서 사방이 툭 터져 있으니 메마르다는 느낌이 들긴 해도 일단 속이 다 시원해진다. 그런 길을 휑하게 달려가는 것이니 거리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