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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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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 (8)

by 깜쌤 2005. 9. 3.


 한시간이라는 시간이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주변 경관이 아름다웠기에 배에서 내리기가 너무 아쉬웠다. 이제 내려버리면 언제 또 한번 타보랴 싶다. 서씨 아줌마가 저쯤에서 자전거를 세우고는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워땠시유?"
 "띵호우아!"
 "니 히오?"
 "울트라 수퍼 베리 나이스 짱 따봉 하오(好)! 시에시에(謝謝)!!"

 


 몇 나라 말을 섞어 농담 식으로 무지무지하게 좋았다는 표현을 하는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리더니 아줌마가 전화를 받는다. 그러더니만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 왔다.


 "우리 이웃집에서 전화가 왔는디유, 우리 엄니께서 아프다고 허는구먼유. 그러니께 난 가야혀유. 돈주실 수 있어유?"


 사실 양삭 시내에 돌아가서 중국인들 바글거리는데서 30원을 주기가 좀 뭣했는데 여기서 달라니 오히려 좋은 일이다 싶어 얼른 주고 말았다. 그렇지만 아줌마를 보내고 나니 가슴 저 깊은 곳으로부터 뭔가 조금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H선생! K선생! 혹시 그 전화 가짜 아닐까요? 해도 져가고 자기 집도 이 부근이니 시내로 돌아갈 필요 없이 그냥 빨리 집으로 가고 싶어서 그랬던 것 아닐까요? 돈도 많이 번 것 아니니 그럴 수도 있지 않겠소? 내 경험으로 보면 그 말이 거짓말일수도 있을 거요......."
 "뭘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정 나쁘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는 내가 아줌마를 의심하며 했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아직까지도 마음이 아프다. 언제 다시 그 아줌마를 만난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 글에 나온다. 만약 아줌마가 시내까지 우릴 안내해서 함께 왔더라면 난 틀림없이 20원 정도를 팁으로 덧붙여 주었으리라. 사실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는 행동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여겨지면 돈이 대수이겠는가? 사람사이에는 진실한 마음이 최고 아니던가?   

 


 우리끼리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편하기만 했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길을 자전거로 마구 달리는 그 통쾌한 기분은 말로 설명이 다 안 된다. 나비 동굴 부근에서는 열기구를 타는 시설을 해두기도 했는데 음료수를 사 마시면서 쉬는 사이에 가서 물어 보았더니 100미터 이상 올라가고 15분타는데 100원이 든다고 하기에 미련 없이 포기하고 돌아서 버리고 말았다.


 저녁 식사 후엔 발코니에 앉아 엽서를 썼다. 지금쯤 써서 보내야만 내기 귀국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이 엽서를 받아 볼 수 있으리라 싶어 부지런히 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미리 구해놓은 엽서가 모자라 더 살까 싶어 서가에 가서 비를 맞으며 여러 가게를 돌아다녔지만 좋은 엽서를 찾을 수 없었다.

 

 깔끔한 종이에 좋은 사진이 담긴 엽서를 찾아야하지만 그게 다 그거여서 아이들에게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엽서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안해진다. 모처럼 담임선생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엽서인데 좀 좋은 것을 구해야 하지만 형편이 이러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우리 아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내 형편을 이제는 이해해 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