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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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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민박집 에헤라디야~~

by 깜쌤 2005. 9. 9.


                                                                <테르미니 역>

 

 테르미니역에 도착했으니 이젠 민박집을 찾아야한다. 7,8월이면 로마가 성수기에 들어간다고 해서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한국인 민박집을 예약해 두었다. 사실 나는 일단 우리나라를 떠나면 한국인 민박집이나 한국인 식당은 거의 찾아들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굳이 자기합리화를 하자면 이번엔 우리 팀에 50대 배낭여행자들이 3명이나 끼어들어 있는데다가 팀 멤버들의 배낭여행 경험은 한두번에 불과하니 아직은 초보나 마찬가지이다. 거기다가 여름날의 로마는 엄청 뜨거우므로 땡볕아래 "호텔찾아 3만리"는 무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둔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지면 "이건 영 아니올씨다" 이다.

 

 테르미니 역 대합실에 둘러서서 프린터로 뽑아낸 약도를 가지고 요리조리 맞추어 본다. 아무리해도 정확한 감이 잡히지 않기에 지리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청년 한명과 함께 역 광장에 가보니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지도 한장이라도 공짜로 얻겠다는 생각에 테르미니 역앞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가보았는데 늘어선 줄만봐도 기가 팍 죽는다.

 

 일단 역앞의 상황을 파악한 뒤 다시 기차역 대합실에 들어와 기다리던 일행을 만났다. 이젠 대강 감이 잡힌다. 이리저리 확인하고 묻고 물어 찾아간 민박집은 길가에 있었지만 중세시대의 요새마냥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일단 초인종을 눌러 보았다.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방 3개짜리 우리나라 아파트와 구조가 똑 같다. 그러니까 여긴 아파트를 빌려 한국인 학생들을 위한 민박집으로 쓰는 그런 집인 것이다. 주인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가보니 여학생들이 머문 곳 같은 방인데 2층 침대가 사방으로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순간 후회기 되었다. 방 수나 침대수로 보아 짐작해보건데 이정도 침대 숫자라면 아침에 화장실 쓰기가 괴로워진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배낭여행자들은 자주 빨래를 해야하는데 빨래하는 것조차도 문제가 된다. 일인당 20유로의 가격이지만 만 25세 이상은 25유로라는 규정이 있으므로 우리돈으로 쳐도 일인당 3만2천원이 되는 셈이니 결국 6만5천원 짜리 방에 머무르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직접 호텔을 훑어보는 것이 속편한 법이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미리 예약을 하고 선금을 줘버렸으니 말짱 도루묵이 된 셈이다. 주인장이 특별히 신경을 써주어서 우리 네명은 다른 방을 한칸 쓸수 있었지만 자그마한 방에 2층 더블침대를 놓았으니 배낭을 풀어둘 공간이 없다.

 

 이런 공간에서는 불이라도 나면 이건 순식간에 초대형사건으로 번지고 만다. 유럽의 아파트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처럼 공용 공간에서 막바로 개인 아파트로 연결되는 그런 구조가 아니므로 비상시엔 문제가 커지게 되어 있다.

 

 후회막급이지만 일단 여관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애써 위안을 삼고 시내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로마 중심부는 그 범위가 작으므로 하루종일 부지런히 걸어다니면 핵심부분은 거의 다 들러볼 수 있다. 지도 한장만 있으면 이런 것은 식은 죽 먹기이므로 일단 지도에다가 중요 도로와 문화재를 찾아 표시한 뒤 출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