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우린 하는 일이 다 잘 된다~~

by 깜쌤 2005. 9. 8.


우리 말이 들려오는 쪽을 둘러보았더니 수수한 회색 수녀복을 입은 수녀 두 분이 서 계셨다.

 

"한국인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참 이런 곳에서 한국인을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린 방금 여기에 도착했으며 지금은 로마 시내에 있는 민박집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형편을 이야기했다.

 

 


                              <깜쌤은 안보이는 우리 팀>

 

"그나저나 지금 시내로 들어가려면 기차를 타야할텐데 여기가 맞습니까?"

"예, 여기서 타시면 됩니다."

"시간표에는 8시 15분 기차로 되어있는데 어떻게 된거죠? 시간이 다 되어가도 차가 안보이니..."

"한번씩 늦기도 합니다. 우리도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기차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았다. 고국을 떠난지 몇년이 되신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우리나라의 소식을 전해듣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욱 더 실감이 나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차가 들어옴으로써 자동으로 대화가 중단되고 만다.

 

 


                                     <공항역 플랫홈에서>

 

30분이나 늦게 들어와서 출발한 기차는 그래도 세련된 2층 객차를 달고 있어서 우린 주저없이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플랫폼에 꽤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어서 우리 자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을 했지만 앉고보니 여유가 있어서 편안하게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1997년에 이탈리아에 연수를 겸한 관광을 왔을 때는 공항에서 전용버스를 사용했었다.

 

 


 그땐 우리들끼리만 탔으므로 이런 기차를 보지도 못했었다. 차창가로 펼쳐지는 경치는 왠지 후즐근하고 지저분하기까지 했다.  고속도로를 통해 로마 시내로 들어갈땐 길가로 해바라기 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경치는 그게 아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우리가 내리고자 하는 기차역인 티부르티나 역을 자나칠 뻔 했다. 수녀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황급히 배낭을 매고 내렸다. 티부르티나 역에서는 지하철 B선을 사용해서 테르미니 역까지 가야만 했다. 자하철쯤이야 우리도 고국에서 나름대로 단련된 역전의 용사들이므로 쉽게 사용할 줄 안다.

 

 


                       <로마로 들어가는 길에 만난 작은 기차역>

 

 표를 사야하는데 자동발매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잠시 황당해하다가 책에서 읽은대로 영어로 T자 표시가 된 가게에서 표를 사면 된다는 것이 생각났다. 사람이 많으면 이럴 때 편하다. 내가 잊어버린 것을 다른 사람은 기억해 낼 수 있으므로 말이다. 표를 끊고 올라탄 지하철은 예상외로 지저분하고 후진데다가 사람도 많아서 덥다.

 

아니? 이러고도 이탈리아가 G8 회원국이란 말인가? 하기사 지하철 하나로 어떤 나라를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독선적이며 논리의 비약이 될 수 있다. 내 말인즉 그럴 정도로 우리 한국의 지하철이 깨끗하고 시설이 좋으며 쾌적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우리 4명으로 이루어진 어리버리 팀은 드디어 테르미니 역에 도착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