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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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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실크로드 : 우루무치 - (1)

by 깜쌤 2005. 9. 2.

   
                            <우루무치 역을 빠져 나오며.....>

 

배낭을 매고 역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따가웠다. 보통 큰 역에는 조선족 호객꾼도 있는 법인데 여긴 그런 조선족들이 없었다. 대신 중국인 삐끼들이 달라붙어 여관이나 호텔 홍보를 한다. 그들을 뿌리치고 이젠 여관을 찾아야 한다. 비장의 무기 론리 플래닛을 꺼내 시가지 짜임새를 파악하고 어디에서 묵을 것인가를 정하기로 한다.


 시내에 좋은 호텔들이 있지만 무거운 배낭 때문에라도 일단 역 앞에서 여관을 구하기로 했다. 그전에 또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중국 기차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몇 번 이야기 한 것처럼 기차표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루무치 역 앞은 공사를 하느라고 모두 파헤쳐져 있었다. 그러니 역 구내도 극도로 혼잡하다. 이 사막 한가운데도 개발의 열풍이 불어 무엇하나 온전한 데가 없다.


 매표소를 찾아가서 18일 서안으로 가는 차표를 언제 구할 수 있느냐고 한자로 써서 물어보았더니 친절하게도 한자로 답해준다. 14일 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이 8월 11일이니까 며칠 뒤의 기차표는 지금 예매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역 앞 광장의 혼란스런 모습>

 

 나는 이쯤에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파키스탄 국경에 가까운 카슈가르(=카스)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에서 서안이나 성도로 돌아가느냐를 결정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카스를 다녀오려면 아무리 짧아도 한 3일 걸린다. 기차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정이 틀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귀국길이 막히고 만다. 눈물을 머금고 우루무치 부근만 보고 돌아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투루판과 천지(天池)는 꼭 보고 가야한다.


 역 광장 부근의 별 2개 짜리 아구빈관(亞歐賓館 아시아 유럽호텔)에 들어가 보았더니 침대 4개가 있는 도미토리를 1인당 30원으로 부른다. 13층 방에 따라가 보았더니 욕실은 있지만 냄새가 나고 분위기가 조금은 음침하다.

 

그래도 머물기로 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지금 땀을 빠작빠작 흘리며 배낭 가지고 시내를 헤매기가 싫은 까닭이다. 이젠 시내 탐방 길에 나서야 한다. 일단 시가지를 살펴 놓은 뒤에 내일은 천산(天山) 천지라도 가보아야 할 것 같다.

 


 역 부근에서 2번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점심을 먹기 위해 사내 인민공원 북로(北路)부근에 있는 조선인 식당 '고려촌'을 찾아보기로 했다. 잘하면 오랜만에 조선음식을 먹어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찾아본다. 우루무치 시가지 지도를 하나 사서 손에 들고 있으므로 가게 하나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우루무치 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근대화된 도시이다, 사막 한가운데 이런 거대 도시가 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도시 짜임새나 분위기도 깔끔한데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것은 물론이고 도로도 널찍하게 사통팔달로 시원스레 뚫려 있다.


 시내 한가운데 있는 인민공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인민공원을 끼고 있으므로 가게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좋은 편이다. 공원북로 거리엔 녹음이 우거졌다. 고려촌을 들어서니 반가운 우리말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말이 통한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