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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 (7)

by 깜쌤 2005. 9. 2.


 "요 모퉁이만 돌면 위룽허가 나와유. 거기서 대나무 보트 타고 내려가면 쥑이지유."


1인당 10원씩만 주겠다는 우리 제안에 김이 샌 아줌마 목소리였지만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측은해져서 조금은 안쓰러웠다. 중국인들의 강점이 그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감정을 자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까진 최대로 굽신거릴줄 아는 사람들이 중국인과 일본인이라고 한다. 내 경험으로 보면 사실인 것 같다.


 "이보슈, 한국인 양반들. 보트 타는데는 한 사람 앞에 40원이구먼유. 여기서 보트타고 내려가면 경치가 멋져유. 두시간 타면 더 멋있지유. 워때유? 두시간 타실래유?"
 "아줌씨, 고맙구먼유.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시간이 없으니께 한시간만 타고 싶구먼유."


 강가에 이르러 경치를 살펴보니 한시간 만 타고 내려가면 저기 도로가 있는 다리까지 내려가는데는 충분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한시간 짜리를 택해 경험해 보기로 했다.


 "근디 아줌씨, 보트가 워딨디유?"
 "조오기 조오기 강가에 있지유."

 

 강가로는 논들이 주욱 연결되어 있고 군데군데 일하는 농민들이 보였다. 추수를 하는 모습이 있는가하면 새로 벼를 심는 모습이 있기도 하다. 강변에는 석회암 봉우리들이 불끈불끈 솟아올라 남성미를 자랑하는 것이 있는가하면 봉우리 자체가 자그만해서 여성적인 섬세한 모습을 가지는 것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뤄 경치하나는 기막힌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다가 위룽허의 흐름도 부드럽기만 해서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할부지. 여기 한국양반이 배 타려고 허는구먼유, 배는 어딨시유?"
 "몇명인디?"
 "셋이구먼유. 자장구도 있네유...."

 


 논에서 일하는 할아버지와 몇마디 주고 받는게 다인가 싶었는데 이내 건너편 강변에 대어 놓았던 대나무 보트 2척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굵은 대나무를 잘라  밑둥치 부분을 살짝 구부려 물 흐름에 쉽게 적응하도록 해서 밧줄로 엮은 것이 바로 뱀부 보트다. 앞머리를 살짝 들리도록 만들어야 물속의 바위에 부딪혀도 충격이 적게 입을 것은 자명한 이치다.


 "자, 타셔유, 난 함께 타서 건너간 뒤 내릴테니께유. 저어기 밑에서 기달릴텐께 잘 타고 오세유."


 아줌마를 싣고 건너편에 이르자 배 삯을 미리 지불해 달라고 한다. 그거야 당연히 미리 지불해 주어야지 싶었는데 또 말이 바뀌고 만다. 한 사람 당 40원이라고 했으므로 120원을 준비했는데 40원을 더 내라는 것이다.


 "사람은 셋이어도 배는 두 척이니께 더 내야혀유. 대신 자장구는 공짜구먼유."


 그렇다면 배 한 척에 얼마라고 이야기해야 옳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배를 끌고 온 상태에서  이렇게 말을 바꾸면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나중에 얼른 들은 이야기로는 허가를 내는데 돈이 필요하고 받은 돈 가운데 일부는 국가에 내어야 하므로 그렇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한시간만 뱃놀이를 즐기기로 하기를 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시간이면 거금 80원 아닌가?

 


 K선생은 그렇게 원하는 사진을 찍어야 하므로 내가 함께 타고 H선생은 혼자 타게 되었다. 보트 위에 좌석이 만들어져 있어서 앉아서 떠내려가면 된다. 뱃사공이 긴 장대로 강바닥을 짚은 뒤 밀어서  떠내려가므로 내려가긴 쉽다. 하지만 올라올 때는 힘이 들 것이다. 이럴 경우엔 나 같아도 중간에 보를 만들어 두지 싶은데 머리 잘 돌아가는 중국인들이므로 당연히 강 중간 중간에 보를 막아 물 흐름을 조절해 두었다.


뱃놀이 할때 만은 유쾌하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돈 걱정 하지말고 압박감을 받지 말아야 한다. 강바닥을 보니 물이 깊어 그런지 잘 보이질 않고 군데군데  수초가 웃자라 물 흐름에 거역하지 않고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뱃사공이 가진 장대 길이로 봐서 물깊이도 만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보를 통과할 때는 배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기울어지므로 조심을 해야한다. 물을 덮어쓰긴 해도 낙차가 그리 크지 않으므로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한시간을 천천히 떠내려 오는 재미는 각별하다. 이제 해가 지려는지 산 그림자가 점점 강 쪽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강변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양삭 시내로 향하는 백인아이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쟤들은 틀림없이 위룽허 상류 쪽에서 내려오는 것이리라. 한시간이란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강변의 경치가 뛰어나므로 나중에 양삭을 가시거든 이 체험만은 꼭 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