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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 (6)

by 깜쌤 2005. 8. 29.

 


붓다 동굴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한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나서야 했다. 이젠 오늘
일정가운데 하이라이트 격인 위룽허 대나무 보트 타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서씨 아줌마가 강력하게 권해오기도 했지만 우리 자신도 거기에는 모두 도전해 보기로 의견의 일치를 봤던 터라 다른 이견(異見) 없이 우룡하로 가기로 했다. 


 "위룽허 밤부 라프팅 하실거유? 1시간 짜리 허고 두시간 짜리 허고 있는데 워떤거 허실래유?"
 "그나저나 그걸 워디서 헌디유?"
 "그게 그러니께 우리 동네가 저기 저 위에 있는디...... 우리 동네 위에서부터 시작 헌당께유. 그랑께 우리가 지금 거기로 가는거구먼유."
 "그럼 앞장 서시라유."

 


 서씨 아줌마는 우리를 데리고 자기 고향마을로 들어선다. 월량산을 오른쪽으로 끼고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남쪽으로 가다가 꺾어들자 곳 이어 한적한 시골동네가 나오기 시작했다. 논이 있는가 하면 밭이 있고 과수원이 나오기도 했다.

 

길은 비포장이어서 완전한 시골길 냄새가 난다. 서씨 아줌마는 부지런히 저만큼 앞장을 서서 우리 앞에 쌩하게 달리지만 나는 자꾸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앞에 가던 두분 선생님을 불러 세우고 이야기를 꺼냈다.


 "K선생, H선생! 저 서씨 아줌마가 왜 이렇게 열심히 우릴 안내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경험으로 보면 이건 절대 공짜가 아닙니다. 나중에 틀림없이 돈을 요구할 겁니다. 시내로 돌아가서 중국인들이 많은데서 큰돈을 안내비용으로 요구하면 우린 달라는 대로 다 주어야 할 상황에 몰리고 맙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기쯤 중국인들이 거의 안 보이는 장소에 가서 좀 쉬기로 합시다, 그리고 내가 가이드 비용 이야기를 꺼내면 내 편을 들어서 한마디씩 거들어주어야 합니다."
 "오케이."


 무슨 일이든지 말썽이 생기기 전에 항상 안전하게 확인해두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후진국 여행일수록 그런 것 하나는 철저히 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산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운 외딴 지점에 이르러 잠시 쉬어가자며 일행을 모두 멈추게 하고 아줌마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편들어줄 중국인이 없는데서 협상을 해야 우리가 절대로 유리해진다. 내가 유리한 곳에서 협상을 한다는 것은 협상 기술 중에서 기본중의 기본이다. 

 


 "아줌씨,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안내를 해 줘서 고마워유. 그런데 아줌씨...... 이게 당연히 공짜는 아니겠지유?"
 "당연하지유! 공짜 아녀유...."


 '오 마이 갓!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거 참...... 이건 틀림없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 아줌마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안내를 해 주는 것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자기에게 이익이 생기는 일이므로 나서는 것 아닌가?


 "아줌씨, 그러면 가이드 비용으로 월매 받어유?"
 "주는 대로 받지유~~"
 "그 주는 대로라는 게 도대체 월매유? 아줌씨도 알다시피 우린 돈 없는 사람들이유......"


 그리고 나서는 상대가 가격을 부를 틈도 주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을 불러버렸다. 사실 우리끼리 미리 말을 맞추어 둔 것이다.


 "아줌씨, 우린 한사람이 10원씩만 줄 예정이유."
 "좋도록 해유. 보통 한사람이 30원씩 쳐주지만 10원씩 준다니께 그래야지유."
 "틀림없이 말 하지만 한사람이 10원이니까 총 30원이유. 알겠시유?"
 "예. 좋아유....."
 "그런데 아줌씨! 왜 우릴 따라 오는거유?"


 그 다음에 나오는 아주머니의 답변을 듣고 나는 그만 너무 황당해져서 순간적으로 띵해지고 말았다.


 "아까 제가 양삭 시내 서가 거리에서 처음 공책을 보여드렸잖어유."
그러면서 그 문제의 공책을 다시 펴 보여주면서 손가락으로 짚는데 자세히 보니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이 아주머니는 아주 친절해요. 우린 하루종일 가이드 비용으로 일인당 30원씩 지불했어요. 혹시 양삭을 자전거로 돌아보실 뜻이 있으면 이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청하세요. 그러면 한 사람 당 30원의 가격으로 친절하게 안내해 줄 거예요."


 어떤 여자 여행객이 써놓은 추천서 비슷한 성격의 글이었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관광객이 자기 나름대로는 고맙다는 뜻으로 써준 글이지만 그걸 가지고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내용의 글을 내가 처음에 당신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인정을 했으니 당연히 당신들이 날 필요로 해서 데려온 것이 아니냐 하는 말이다.

 

아, 참 놀라운 상술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이 아줌마가 엉터리 영어로 가이드 어쩌고저쩌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이런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칭 가이드 노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황당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일인당 30원이라는 가격도 그렇다. 예를 들어 일행이 4명이라고 하면 한번에 120원이고 10여명이나 된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우리가 주기로 한 일인당 10원의 가격은 이 아줌마에게는 보통 요금의 3분의 1이니 어찌 보면 오늘은 그녀에게는 재수 옴 붙은 날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