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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5

by 깜쌤 2005. 7. 23.


위룽허와 진바오 강이 합류하는 합류점에 다리가 있고 그 위로 차들이 달리게 되어 있는데 그 다리 위에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맑은 강물이 고요히 흐르고 그 강물 위로 대나무 보트가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배경으로 둘러선 카르스트 지형 특유의 볼록볼록한 암봉들과 어우러져 선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신선과 선녀가 있다면 이런 곳에서 살지 않을까 싶다. 넋을 놓고 사진을 찍던 우리에게 서씨 아줌마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지만 영어가 너무 아니어서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다음 행선지는 월량산 앞에 자리잡은 부처동굴이다.

 


  산꼭대기 부근에 반달 모양의 구멍이 뻥 뜷려 있는 봉우리가 월량산이다. 영어로는 문 힐(Moon Hill)로 불리는데 서양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놓은 곳이다. 그 산봉우리 정상에서 보는 경치 하나는 일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한낮의 열기가 너무 뜨거웠는지 K선생과 H선생은 월량산 오르기를 사양하신다. 난 꼭 올라가 보고 싶지만 두 분이 싫어하시니 별 수 없이 양보해야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붓다 케이브(=부처동굴)에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씨 아줌마는 우릴 의도적으로 그쪽으로 데려가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린 계림에서 이미 많은 동굴을 본 뒤이므로 크게 매력을 느낄만한 장소가 못되는 것이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붓다 케이브 속에서는 동굴 속에 강이 있고 머드 팩(진흙찜질)을 할 수 있다며 자랑이 늘어 졌다.


 하지만 동굴 입구에 도착해보니 이건 숫제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놀이터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배낭여행자들의 여행기에 의하면 이 동굴 속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꽤 많은 듯했다. 머드 팩을 하기 위해서는 옷을 벗어야 하는데 동굴 속에 코인 로커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가이드들에게 옷을 맡겨야 한다. 나중에 옷을 찾아 입고 보면 물건이 없어진다거나 돈이 없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저 앞에서 이야기한데로 배낭여행자들은 여권과 돈을 넣은 복대를 몸에 붙이고 다니는데 머드 팩을 하기 이해서는 복대를 풀어 가이드에게 맡길 수밖에 없으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다가 여기 입장료가 단체일 경우에도 자그마치 80원이다. 한국 돈 12,000원이나 되는 거금인 것이다. 개인 입장료는 성인일 경우 120원이니 우리 돈으로 18,000원이라는 이야기다. 새로운 체험을 한다는 의미에서는 바람직한 장소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바가지 요금이다. 그러니 중국 여행을 하면 할수록 자꾸 반감이 솟아오르고 나중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평생에 한번 있는 일이니 큰맘 먹고 해본다는 것은 개인의 판단 사항이므로 내가 가타부타 할 형편이 못된다. 머드 팩을 하건 안 하건 그건 모두 이 글을 읽는 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고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뿐이니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비싼 입장료 때문에 괜히 속이 거북해진 나는 기어이 한마디하고 말았다.


 "입장료가 얼마요?"
 "단체는 80원,  개인은 120원."
 "너무 비싸지 않소? 이 정도 가격이면 물가에 비추어 보건데 세계 최고 수준이란 말이오."


 죄 없는 입장료 징수원이 애꿎은 항의를 받은 셈이니 그 분에게 미안해졌다. 하지만 한마디 할 것은 해야 한다. 외국인 여행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이런 풍조는 마땅히 사라져야 하지만 아직도 세계 여러 곳에서 행해지고 있으니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여행자에게 특별 대접을 해달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이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