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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사막을 달리다 - (6)

by 깜쌤 2005. 8. 30.


            <천산선맥의 위용 - 눈덮인 최고봉은 5000미터가 넘는다>

 


 선선을 지나자 기찻길 오른쪽으론 또 다른 설봉(雪峰)들이 줄을 잇는다. 기련산맥은 왼쪽으로 줄지어 있었지만 새로 나타난 산들은 오른쪽으로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이 눈 덮인 연봉들이 바로 길이 2000km의 위용을 자랑하는 천산(天山)산맥이다.

 

 산맥의 폭도 400-500km나 되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거대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산맥을 넘어 북으로 올라가면 몽골과 러시아의 대초원이 나타나게 된다.


 산꼭대기는 눈이 하얗게 쌓여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생각해 보라. 사막 한가운데서 눈 쌓인 연봉들이 줄지어 선 모습을.... 자연의 조화는 끝 모를 신비감 그 자체가 아닌가? 조금 더 기차를 타고 달려가자 왼쪽으로 불타는 듯한 붉은 봉우리들이 나타난다.

 

 


 해가 떠오르면 그렇지 않아도 삭막한 대지가 더욱 더 삭막하게 보인다. 대당서역기와 왕오천축국전에는 이 부근의 경치를 빗대어 '가도 가도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조차 볼 수 없는' 극한 황무지로 묘사를 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저 멀리 붉게 빛나는 저 산들은 화염산(火焰山)임에 틀림없다. 불타오르는 듯한 대지 한편으로 짙은 오아시스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오아시스 부근이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이 있는 투루판( 吐魯番 토로번)일 것이다.

 

예측은 정확했다. 기차는 조금 뒤에 투루판 역에 도착한다. 사실 기차역에서 투루판 시가지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광대한 골짜기 저 아래에 박혀있는 오아시스 숲은 사막한가운데에서 청량제 구실을 한다. 투루판은 우루무치를 본 다음에 다시 올 예정이다.


 기차는 계속 오르막을 오른다. 투루판은 중국에서 제일 낮은 곳임과 동시에 이스라엘의 사해를 뒤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특이한 분지이다. 그러니 투루판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180km 조금 넘는 길은 오르막이 될 수밖에 없다.

 

 


                         <투루판에서 우루무치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산들의 모습>

 

 

우루무치로 넘어가기 전 기차는 완전한 황무지를 지난다. 기찻길 양쪽으로는 붉다못해 짙은 자주 빛으로 빛나는 험악한 산들이 이어진다. 정말 이 부근에서는 생물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가 험준한 산악지대를 벗어나면 갑자기 풍경이 일변하면서 또 다른 탁 트인 분지가 나타난다. 이제 우루무치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오른쪽으로는 천산산맥이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종래에는 더욱 더 가까이 다가 온다.  


 풀들이 한쪽 방향으로 누워 있는 곳이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기차는 평소에도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을 통과하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이어 거대한 풍력 발전용 풍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약간은 기괴한 풍경이 등장했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스페인의 라만차 지방에서 볼 수 있는 큰 몸체를 지닌 날개 달린 그런 풍차가 아니라 미국 서부 네바다 주에 설치된 최신 유형의 새하얀 삼각 날개를 가진 풍차들이다.


 여기까지 와서 드디어 풍력 발전소를 보게된다. 줄지어 서 있는 초대형 바람개비들이 일제히 돌아가는 모습은 기가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뜨거운 여름 햇살아래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돌아가는 바람개비들이니 더욱 더 환상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다.


 그런가하면 한쪽으로는 소금 호수가 등장하여 아지랑이에 묻혀있다. 호수 가의 풍경도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도대체 이런 길을 언제까지 달려가야 하는 걸까? 그러다가 드디어 도시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저 멀리 신기루처럼 우뚝 솟은 빌딩들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목적지인 우루무치에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