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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실크로드 : 사막을 달리다 - (3)

by 깜쌤 2005. 7. 21.


<기련산맥 정상부에 쌓여있는  눈 - 지금은 여름이고 여긴 사막인데.....>

 

 

 '주천'에는 8시경에 도착했다. 8시라고 하지만 아직도 해가 떠 있다. 여기도 오아시스 도시다운 냄새가 난다. 철길 부근으로 바짝 다가선 기련산맥에는 눈이 하얗게 묻어있었다. 어떤 곳에는 철분이 가득한지 붉은 색이 산자락에 가득한 곳도 있었다.

 

산언저리에는 풀 한 포기조차 없는데 그 산들 앞에는 얕은 봉분으로 이루어진 무덤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았고 다시 무덤 앞에는 검은 돌비석이 비틀거렸다.


 주천에서 조금만 더 가면 가욕관이 나온다. 중국 동쪽의 발해만 인근 산해관(山海關)에서 시작된 만리장성은 서쪽으로 허위허위 6,000㎞나 달려와 이곳 가욕관(嘉欲關, 지아위관 Jiayuguan)에서 끝난다.

 

예전부터 이곳은 서역을 오가는 도중 말이나 낙타를 갈아타고 가는 중계지점이기도 했다. 가욕관 성은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5㎞ 정도 떨어진 곳의 고비사막 안에 있다. 감숙성과 신강성을 잇는 감신공로(甘新公路)를 따라 주천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 가욕관 역. 얼마나 보고 싶어했던 곳이었던가...... >

 

 기차가 가욕관 역에 도착했을 때 재빨리 내려서 플랫폼에 자리잡은 구내 잡상인들로부터 계란 9개와 포도 한 봉지를 샀다. 청포도 한 봉지는 거금 3원이나 받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상인들이 우리가 한국인임을 귀신처럼 알아본다는 것이다. 입을 꼭 다물고 남이 사는 것을 본 뒤에 사도 그렇게 알아보니 참 신기한 일이다.

 

 서쪽으로 달리면서 왼쪽 방향에 성이 보인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성은 위용이 남달라 보인다. 8시 50분이 되자 드디어 달이 뜨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보름달이다. 이 사막 한가운데서 기차를 타고 가며 보름달을 보는 것이니 감회가 남다르다.


 줄기차게 기차를 따라오는 기련산맥 정상부에는 흰눈이 가득하니 무슨 환상의 세계를 헤매고 다니는 것 같다. 열대지방의 새하얀 모래해변에서 수평선에 돋는 달을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사막에서 달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한다. 기차 안에는 작은 수레를 끌고 다니며 밥과 반찬을 파는 공식 판매원이 있다.  우리가 보통 구내식당에서 보는 그런 스테인레스 식판에다가 밥과 반찬을 담아 파는 식사인데 한번은 사먹어 볼 만하다.

 


                                                <사막에 해가 지기 시작했다>

 

 우리 불쌍한 배낭 여행객들은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미리 기차를 탈 때 사 가지고 온 라면에다가 끓는 물만 부으면 라면 요리 아니던가? 중국인들의 차 마시는 습관은 우리가 물 마시는 것만큼 일상적인 것이므로 1층 침대 한쪽 바닥엔 보온 물통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거기 물이 떨어지면 이번엔 승강구 부근에 가보면 된다. 하여튼 뜨거운 물은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라면 먹는데는 이상이 없다. 사막을 달리는 기차 차창에 기대앉아 라면을 먹는 즐거움을 무엇으로 비유하랴?


 밤 10시경이 되면 승무원이 와서 차창의 커튼을 닫고 실내등을 꺼버린다. 그러면 자야한다. 물론 안자고 버텨도 되지만 안자면 뭘 하겠는가? 난 창 밖의 경치를 감상하기로 했다. 이 환상적인 풍경을 언제 다시 보겠는가?


 
<사막에 달이 떠서 기차를 따라오고 있지 않겠니? 이런 기분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다시 한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드디어 기차는 밤 12시 정각에 돈황역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여기를 유원(柳園)이라고 했는데 최근에 역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혹시 "기타로(喜多郞)"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인데 "실크로드"라는 음악으로 이름을 날린 분이다.


 뉴에이지 계열의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력 하나 만큼은 누구나 다 인정해 주는 존재이다. 그는 제43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53년 생인 그는 고교졸업 후 아시아 각지를 유랑한 경험이 있는데 1980년 일본을 강타해버린 NHK제작의 그 유명한 프로그램 '실크로드'를 작곡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끈 사람이다.


 기타로는 신디사이저를 교묘히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나는 돈황 역에서 갑자기 그의 음악을 떠 올렸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공영방송 NHK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실크로드 프로그램을 보면서 얼마나 가고 싶어했던 돈황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