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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실크로드 : 사막을 달리다 - (1)

by 깜쌤 2005. 7. 19.

사막을 달리다

 


 난주 기차역은 새로 지은 깨끗한 건물이다. 어제 우린 15층 방에 묵었었다. 난주대하의 엘리베이터는 속도감도 좋았다. 프론트에 내려와서 카드 키 2개를 반납하고 체크아웃 절차를 끝낸 뒤 보증금 288원을 돌려 받았다. 방 값 116원에 보증금이 288원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1인당 방 값은 29원인 셈이 된다. 호텔 앞에서 역까지는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다. 지하도엔 온갖 가게들이 즐비해서 중국 라면을 2개 샀다. 역 1층을 들어서는데 우리가 맨 짐을 엑스레이로 검사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 검사를 다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체온을 측정하는지 역무원인 듯한 여자가 권총모양의 체온 측정기로 우리들 이마를 겨냥하여 쏜다. 2층이 대합실이다. 2m층에는 대합실이 모두 4개가 있는데 우리가 타야할 T295열차의 개찰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서 3번 개찰구(3점대)에우리 모두는 9호 차를 배정 받았다.

 

 16호 중포(=가운데 침대)가 내 침대자리이다. 우리 아래층엔 돈황까지 간다는 부부가 탔는데 데리고 탄 아들 녀석이 상당히 귀여운 꼬마였다. 꼬마에게 껌을 하나 주었더니 녀석은 나에게 닭발을 가져다 준다. 닭발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기차는 난주(Lanzhou 蘭州)역을 빠져나간다. 난주 역을 출발할 때는 주변이 모두 황토지대였는데 2시간 정도 지나자 드디어 초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차길 양쪽엔 언덕이 이어지는데 모두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초원이 끝나면 아마 사막이 나타나리라.

 


 기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끝없이 서쪽을 향해 언덕을 오른다. 그렇게 가고 싶고 밟고 싶었던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것이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2004년 3월호 영어판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잡지에는 '한(漢)'이라는 특집 기사가 실려있다. 여기에는 한 무제가 파견했던 '장건'의 서역탐험 기사가 나온다. 나는 지금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노란색 유채 비슷한 꽃이 만발한 풍경 너머로 흰 갈기를 휘날리며 백마가 달리기도 하고 쉬엄쉬엄 쉬며 풀을 뜯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왼쪽 언덕 저 너머로 눈을 머리에 인 높은 산봉우리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마 저건 틀림없이 기련산맥 줄기이리라. 천마(天馬)의 고향 기련(祈連)산맥 말이다.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았더니 틀림없는 기련산맥이다.


 얼마나 보기를 갈망했던 산이던가? 초원 언덕 자락엔 황토를 바른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도 한데 거기에는 만장 비슷한 깃발이 휘날린다. 그렇다면 그건 틀림없이 티베트 장족들의 마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