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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실크로드 : 사막을 달리다 - (2)

by 깜쌤 2005. 7. 20.


창 밖의 경치에 취해있던 나는 어느 틈인가 슬금슬금 잠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한숨 자고 났더니 기차는 '무위(武威 Wuwei)'역을 지나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 덧 오후 3시 10분이 되었다.

 

날씨도 화창하게 개어있고 햇살이 따가웠다. 차창 바깥 경치도 일변하여 초원은 사라지고 없다. 넓고 너른 벌판이 계속되는데 그 벌판들이 모두 옥수수로 덮여 있었다. 판축법(板築法)으로 만든 황토 담들이 이어지고 하늘로 쭉쭉 뻗은 포플러 나무들이 밭과 밭 사이의 경계를 이루었다.
 
 아마 이 길을 따라 삼장법사가 인도를 향해 걸었을 것이고 혜초가 인도에서 중국을 향해 귀국 길을 재촉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벌판들이 서서히 자갈밭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막으로 들어서는 모양이다.

 


자갈 밭 사이로 띄엄띄엄 오아시스가 등장한다. 오아시스라고 해서 사하라 사막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소규모의 오아시스가 아니고 여긴 대규모이다. 기련산맥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려 대규모의 오아시스를 이루고 있다.

 

시간은 어느 덧 6시가 지나가지만 아직도 햇빛이 쨍쨍하다. 그 큰 중국 땅덩어리가 모두 북경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한없이 서쪽으로 달려 온 여긴 아직까지 오후 서너 시에 불과한 것이다.

 


 6시 10분 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장액(張掖 ZhangYe) 역에 도착했다. 장액주위에는 오아시스 농업이 활발한 것 같다. 분지 전체가 옥수수 밭과 밀밭으로 채워져 있다. 역시 밭과 밭 사이에는 포플러 나무가 경계선을 이루고 있었다. 이 정도 같으면 토지도 상당히 비옥해 보이는데다가 농지 규모도 거대하다. 산엔 나무 한 포기도 없는데 여기 분지는 이렇게 비옥하다니......


 기차는 갑자기 탁류가 아무렇게나 흩어져 흐르는 개천 위를 지난다. 모두 다 눈 녹은 물이다. 여기 이 사막 한가운데 갑자기 흙탕물 흐르는 모습을 만나니 어안이 벙벙하다. 거대한 흙탕물 주위로는 비옥한 농토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난주를 지나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를 잇는 무위, 장액, 주천, 돈황 등의 도시들이 늘어선 통로를 한나라 시대부터 하서회랑(河西回廊)이라고 불렀다. 기차는 이 하서회랑의 통로를 따라 줄기차게 서쪽으로만 달린다.

 


예전부터 이 길을 따라 수많은 장사치들과 군인, 구법승(求法僧)들과 여행객들이 고통스런 발걸음을 옮겼다. 로마에서는 같은 무게의 황금과 교환이 이루어졌다는 중국 특산의 비단들이 낙타와 말에 실려 서쪽으로 팔려나갔기에 이 길을 이름하여 실크로드(silk road 비단길)이라 하지 않았던가?


 물건이나 과일 앞에 오랑캐 호(胡)가 붙는 낱말은 이 길을 통하여 중국과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이다. 서역인(西域人)들이 사용하던 것들이기에 오랑캐를 의미하는 호(胡)를 붙인 것이다. 호빵(오랑캐 빵), 호떡(오랑캐 떡), 호랑나비(오랑캐 나비)라고 부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