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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난주에서 라면도 못먹은 등신

by 깜쌤 2005. 7. 15.


난주에서 라면도 못 먹은 등신들!!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싼 호텔가운데 하나인 난주대하는 바로 역 앞에 있었다. 높이는 한 15층 정도 되려나? 늦게 도착했지만 일단 로비로 들어가 보았다.

 

로비도 크고 깨끗하고 사람들 차림도 그렇게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다행히 우리가 묵을 방이 있었다. 트윈 형식으로 된 방이었는데 구조가 조금 특이했다. 출입문이 둘인데 안에서는 두 개의 방 사이로 문이 있어서 다닐 수가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욕실은 하나뿐이다. 침대도 단정하고 모든 시설도 깨끗하며 깔끔하다.

 

이 정도 시설인데도 하루 숙박에 일인당 30원이라면 괜찮은 편이다. 돌이켜보면 오늘도 참 긴 하루였다. 하지만 일이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일단 기차표를 알아보아야 한다. 중국에서 이동수단을 확보하는 것은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짐을 풀어놓은 뒤 먼저 호텔 바로 앞에 떠억 버티고 서있는 난주 역에 가보기로 했다. 중국에서 기차표 구하는 것은 거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전쟁수준이지만 오늘은 어쩐지 일이 쉽게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난주 역은 새로 지었는지 크고 깨끗한 편에 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기차 역 광장에 떼거리로 진을 치고 있어야 할 노숙자들도 여긴 이상하게 적은 것 같았다. 직업을 찾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거의가 중국 동부 지방으로 몰리는 것 같았다. 기차 시간표를 확인한 뒤 메모용 종이에다가 '내일 우루무치 경와 4장' 이라고 써서 역무원에게 넣었는데 놀랍게도 내일 아침 9시 반에 출발하는 표가 있다는 게 아닌가?

 

 이럴 수가? 난주를 안보고 그냥 간다는 게 섭섭하기도 했지만 일단 우루무치까지는 가야 하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이지 않고 표를 구하기로 했다.

 

 "참,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리다니..."

 

알고 보니 우리가 표를 산 열차(T295, 경와, 가운데 침대기준 326원, 한화 약 49,000원)는 여기가 시발역이다. 그러니 다른 곳에 비해 차표 사정이 조금 낳은 것 같았다. 성도에서는 여행사에서 우루무치행 표를 구하기가 지극히도 어려웠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중국여행에서 가장 쉽게 표를 구한 곳이 바로 난주역이다.



 


기쁘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총각 둘은 자기들끼리 아무것이나 사먹게 보내두고 형님과 나만 같이 가기로 했다. 난주역을 기준으로 하여 앞으로 쭈욱 뻗은 큰 도로인 천수로(天水路)의 왼쪽 편으로 깔끔한 음식점들이 제법 자리잡고 있었다.

 

 실내가 환하고 제법 깔끔한 곳을 골라 들어갔는데 의외로 종업원들이 친절했다. 맨밥을 주문하고 요리로는 오향우육(五香牛肉), 삼선해물탕(三鮮海物湯), 구마계쾌(口 鷄快)를 시켰는데 하나같이 먹기에 좋았다.

 

특히 삼선해물탕은 아주 깔끔하고 담백한데다가 시원해서 모처럼 입맛을 돋굴 기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10일간 초원지대를 통과하면서 사실 그렇게 썩 맘에 드는 좋은 음식을 먹은 게 아니었다고 여겼는데 난주의 음식 맛은 특별히 각별한 것 같았다.

 

사실 난주는 라면으로 그 명성을 온 중국에 떨치고 있는 도시가 아니던가? 어떤 사람은 라면을 이르기를 조리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면에서 '제2의 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중국이 원조라는 설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라면은 일본에서 처음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여튼 그 라면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 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주지의 사실이다. 그 위대한 라면 중에서도 중국에서는 특별히 난주 라면을 치니 어찌 현지에서 안 먹어 볼 수 있겠는가만 그보다는 먼저 요리를 먹고 싶어 저녁으로 시켜버렸으니 그런 어리석은 짓이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