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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한국판 용척제전을 찾아서~~

by 깜쌤 2005. 7. 13.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

 

     "108 층층 억척의 땅"

 

제 여행기를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한국판 제전을 소개합니다. 제가 가는 카페에서 퍼온 글이죠. 원저자는 글 아래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읽어보시기 쉽게 제가 조금씩 문단을 띄워두었습니다.  

 

 

선이 물결친다. 한 데 포개졌다 삐져나오길 여러 번. 선들은 제각각 장단을 타고 둥실 휘돌아 나간다. 남해 가천 다랭이(좁고 작은 계단식 논배미를 뜻하는 ‘다랑이’의 남해 사투리)마을은 하나의 거대한 설치 예술 작품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인공의 미(美). 게다가 땀과 눈물로 빚어낸 인고의 시간이 축적돼 있다면 그 감흥의 파장은 몇 곱으로 증폭된다.

 

 

남해도의 아랫자락 남면 홍현리의 가천 마을.설흘산 자락이 급하게 바다로 치내린 기슭에 집과 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삿갓에 감춰질 정도로 작다는 삿갓배미에서부터 300평짜리 너른 논까지 680여 개의 논이 바다에서부터 켜켜이 쌓여있다. 논 계단을 세어보니 그 수가 108개라는 주민들의 얘기다.

 

이모작으로 마늘을 수확하느라 다랑이논은 이제야 막 모내기를 마쳤다. 며칠을 두고 심어지느라 그 동안 파도 소리를 듣고, 해풍도 쐰 모들은 그 빛이 조금씩 다르다. 볕을 받아 반짝이는 무논들이 빚어낸 초록의 농담(濃淡)은 바다 풍경에다 기암의 산자락과 어울려 보는 이의 넋을 뺀다.

 

 

 

산 능선을 그대로 따른 논두렁은 위에서 내려다 보면 영락없이 지도의 등고선 모양이다. 석축으로 떠받친 논두렁. 주먹만한 것부터 머리통만한 것까지 일일이 손으로 쌓아 올렸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닿자 마음 한구석이 아려 오는 듯. 못다 헤아릴 많은 날들의 피와 땀, 눈물을 접착제 삼아 석축을 쌓아 올렸으리라.

 

 

 

이 마을의 농촌 전통 마을 추진위원장인 김주성(49)씨의 설명은 이렇다. 이 곳에 마을이 형성된 것은 400여년 전쯤. 설흘산 건너편 자락 어느 마을 사람들이 끈질긴 흉년에 내몰린 나머지 물고기 잡고 해초라도 먹을 수 있는 바닷가를 찾아 떠났다.

 

 

 

이미 다른 이들이 터잡은 곳을 피해 찾은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는 것이다. 급경사진 자락에 배 한 척 댈 수 없는 해안. 산에서 물이라도 흘러내리지 않았다면 결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다.

 

 

 

먹고 살기 위해 산기슭을 깎아 일군 농지가 바로 다랑이논이다. 조금이라도 물길이 지날 수 있다면 비록 손바닥만해도 논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소가 쟁기질을 해야만 하는 논은 그렇게 지난한 역사를 품고 있다.

 

 

 

어느덧 해가 졌다. 민박집 툇마루에 걸터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자니 개구리 떼가 틈을 주지 않는다. 요란한 울음 소리가 밀려 들어 온다. 층층이 포개진 무논에서 무차별 난사되는 개구리 소리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더욱이 바닷가임에랴. 파도의 리듬을 타고 아예 서라운드로 난사한다.


남해=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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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yessir/2500001

 

 



   Rain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