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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호떡집에 불나기 - 돈 찢어발기던 아줌마

by 깜쌤 2005. 7. 12.


1원짜리 귀한 지폐를 바악바악 박박......

 

 샤허에서 난주 직통으로 가는 버스는 시간대가 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난주까지는 가기로 했으므로 무조건하고 가긴 가야했다. 그래야만 난주에서 우루무치 가는 장거리 기차를 알아볼 수가 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난주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것이다. 거길 다녀와야 할 처지이므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우루무치를 다녀오려면 어쨌거나 간에 난주까지 가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촉박한 우리는 오늘 중으로 난주까지 가야만 했다.


 우리는 샤허에서 임하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잘하면 오후 서너 시쯤에 임하에 도착할 테고 그렇게만 되면 버스를 갈아타고 난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12시에 출발하는 미니 버스 표를 끊었는데 12시 반이나 되어서야 밍그적거리며 출발했다.



 


                 <라부랑스 절 부근의 순례자용 숙소 - 1만명까지 묵을 수 있다고 한다>

 

버스가 터미널에서 출발하기 전에 남루한 옷차림을 한 어떤 아주머니가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려다가 운전사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고 내려야만 했다.


 차비가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말이 통한다면 내가 차비를 대신 대어주고 싶었지만 어떤 영문이지를 몰라 참아야만 했다. 여행 중에는 어설픈 동정심은 금물이다. 잘못 휘말려들면 자칫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쭈삣쭈삣 하며 버스를 내려가는 모자가 그렇게 안되어 보일 수가 없었다.


 우리 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와 정말 거북이 걸음으로 시내도로를 기어가는데 그 모자가 손을 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한사람이라도 더 태우기를 원하는 버스 관계자들의 생각인지라 우리도 그러려니 여겼다.어느 정도 인원수가 채워진 버스는 임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 표를 확인하기 위해 차장이 좌석 사이를 돌아다닐 때 드디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 아주머니만이 버스 표를 사지 않은 것이다. 돈이 없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공짜로 차를 타고 싶어했는지 아니면 공짜로 버스를 사용할 권리를 가졌는지는 모른다. 얼굴이 검은 더벅머리 총각 차장은 그 아주머니에게 버스에서 내리기를 요구했고 운전기사는 도로 가에다가 버스를 세웠다.

 

 도로 오른쪽으로는 깊은 계곡인데 거기에다가 차를 세우고 내리라고 하니 인가하나 없는 산골짜기에 내려야만 하는 사람도 딱하거니와 자선봉사 하는 것도 아닌 버스 기사나 차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시장바닥에 벌여둔 좌판의 물건을 기웃거리는 티베트 여자들>

 

 아주머니가 한사코 내리기를 거부하자 차장이 이번에는 회교도임을 표시하는 흰색 모자를 쓴 아이를 강제로 하차시키려고 했다. 꾀죄죄한 까만 얼굴에 코딱지가 묻은 어린아이가 좌석 손잡이를 잡고 울며 버티다가 차장의 힘에 밀려 쫒겨 내리자 아주머니가 항거하며 나섰고 드디어 차장 총각과 드잡이가 벌어지는 상황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참 양쪽 다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가 운전기사 부근 좌석에 앉아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싸움에 끼어 들어 차안은 극도로 혼란스런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중국어가 좀 시끄러운 말이 아니던가? 그 시끄러운 억양에다가 목소리가 극도로 커져 딱딱거리게 되었으니 완전히 호떡집에 불난 격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이 판국에 내 옆자리에 앉은 회족(回族: 감숙성과 영하회족 자치구에 사는 이슬람교도 소수민족) 아줌마는 멀미를 하며 구토하기 시작했으니 버스 안은 거의 난장판에다가 개판이 되어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나도 그런 좌판을 찾아 기웃거렸고....>

 

이 상황을 보다못한 버스 운전사가 차장을 나무라고 그냥 출발하기로 되어 상황은 간신히 수습되어 가고 있었는데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차장이 손님들을 눈 꼬시며 쏘아보고 꼲아보기 시작하여 가뜩이나 새가슴인 나만 괜히 죄의식에 사로잡혀 맘 졸이며 가는 처참한(?) 꼴이 되고 만 것이었다.


 차장과 드잡이질을 한 그 독한 아줌마는 분이 안 풀렸는지 온갖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퍼붓고있더니 드디어 1원짜리 지폐를 꺼내 갈기갈기 발기발기 찢어 버스 바닥에 홰액 뿌리는 만용을 부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탑돌이를 하는 티벳 사람들 - 저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그 돈 1원이면 차비가 될 터인데 말이다. 위로한답시고 호의를 가지고 나섰던 어떤 총각이 준 껌도 그 아줌마는 매몰차게 던지며 다시 또 기어이 한마디를 내뱉고 만다.


 "뿌요!!(부야오 不要=필요없어!!!)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 버스는 먼지를 내뿜으며 황량한 시골길을 신나게 내달리고 있었고........ 중국 오지의 산골짜기에서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