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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밤중에 무슨 고생인가? - 난주역을 찾아서

by 깜쌤 2005. 7. 14.


                            <난주 가는 길에 본 도로 가의 풍경>

  

 ● 난주 역을 찾아서

 

 거의 어스름이 짙게 내릴 무렵에야 난주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난주는 황하를 따라 동서로 길게 누워 있는 도시이다. 도시 외곽은 지저분하기 그지없지만 시내 모습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거주인구도 백만이 넘어서는 감숙성 최대의 도시이며 성도(省都)이기도 하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이지만 인근의 풍부한 자원을 배경으로 하여 제철 제강업 등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서부 변경 공업지대의 핵심거점이다. 중국지도를 놓고 유심히 살펴보면 난주야말로 중국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럴 정도니 중국 서부는 완전히 미개척지나 마찬가지이다.

 

 난주 도시 주위는 완전히 황토로 덮여있었다. 어찌 되었던 간에 낯선 도시에서는 낮에 도착해야 한다. 이미 어스름이 내리는 이런 상황에 도착하면 방향 찾기가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숙박할 여관 찾는 것도 큰 골칫거리가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낮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우린 지금 형편이 묘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놓여있는 것이다.


 시내에 들어오자 거의 사방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를 태운 미니 버스가 요리조리 방향을 몇 번 바꾸고 나자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운전기사는 공사중인 고가도로 밑에다가 차를 세우더니 다 왔다며 내리라고 한다.



 


 이럴 땐 버스를 타고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이지만 현지인 들도 모두 다 내려버리니 우리라고 안 내리고 버틸 재간이 없다. 버스 요금을 가지고 사기 친 아줌마와 한패거리라고 여겨져 괜히 미운 털이 박힌 얄미운 차장은 버스터미널이 저어기저어기라며 내리라고 재촉까지 했다.

 

 이제부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일단 배낭을 찾아서 매고는 큰길까지 나간 뒤에 인도에다가 짐을 부려놓았다. 현재 위치가 어디쯤인지 파악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이다. 론리 플래닛을 꺼내 놓고 지도를 찾아본다. 지형지물의 위치나 정류장이 이 부근에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는 난주의 서쪽 외곽지역에 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화장실 속은 이렇게 앞이 투욱 터져 있다>

 

 거기에서 난주 기차역을 가는 방법을 찾아보았더니 시내버스 1번을 타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제 시내버스 정류장을 찾아야하고 버스 정류장이 1번 버스 노선에 걸쳐져 있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낯선 외국인 4명이 배낭을 매고 중국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대고 있으니 순식간에 사람들이 우릴 에워싼다. 이럴 땐 그저 배낭을 잘 지켜야 한다. 작은 배낭을 모두 앞으로 매게 했다. 이제부터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둘러선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영어를 모른다는 게 큰 문제였다.

 




 <우체국 및 우체국에서 경영하는 호텔, 그리고 식당 - 한 건물에 나란히 있다>

 

 이젠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한다. 메모지를 꺼내들고 '난주화차참'이라고 쓰고는 버스 넘버를 물어보았다. 이 방법은 언제나 주효했다. 둘러선 많은 중국인들이 막 떠들기 시작했고 누군가 버스번호 1번을 이야기해준다. 그 정도는 우리도 알고있단 말이다. 문제는 1번 버스를 어디에서 타느냐가 문제지......


다행히 한 사람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더니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고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이젠 다 된 것이다.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1번 버스를 기다렸는데 한 10분 지나니까 오는 게 아닌가? 만원버스지만 무조건하고 올라타야만 했다.


 버스 안은 극히 혼잡스러웠다. 그러나 우리는 외국인 아니던가? 조금 실수해도 되고 막 비집고 들어가도 된다. 버스가 진행함에 따라 간신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그때서야 조금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길거리 오토바이 수리점>

 

이젠 차창 밖을 유심히 살피며 난주 역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이럴 땐 큰 건물의 위치를 봐두며 기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차창 밖으로 난주 대학을 찾았다. 그렇다면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다.


 과연 인근에 난주 기차역이 있었다. 배낭을 매고 급히 내렸는데 알고 보니 거기가 종점이었다. 이젠 다시 우리들 한 몸을 눕힐 수 있는 호텔을 찾아야한다. 싸고 깨끗하고 샤워가 가능한 호텔을 찾아야 했다. 다시 론리 플래닛을 꺼내들고 호텔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흐이유!! 덥다 더워~~~

 

 이 나이에 이 고생을 하며 이런 몰골로 배낭여행을 해야만 하는가? 갑자기 서글퍼지면서 집이 생각났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 된다. 귀국날짜는 아직도 까마득하고 갈 곳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