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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황무지 속의 꽃 라부랑스 - (5)

by 깜쌤 2005. 7. 10.


 <라부랑스 - 티벳 입구의 이름난 사찰이다>

 

라부랑스(拉卜楞寺 납복릉사)를 보면 티벳은 안가도 된다?

 

 라부랑스는 리틀 티벳(little Tibet)의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적격이다. 오죽했으면 라부랑스가 있는 샤허를 리틀 티벳이라고 부를까? 붉은 가사를 걸친 승려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오체투지를 하며 절을 한바퀴 도는 티벳 사람들이 와글와글 몰려드는 곳! 그곳이 바로 샤허이며 라부랑스이다.

 

 지금까지 중국을 돌며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바로 성도에서 난주로 가는 이 길이다. 평생의 소원가운데 하나이던 실크로드도 좋았지만 여기 이 길만은 평생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두고 두고두고 음미해보고 싶다. 중국을 여행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가장 추천을 하고 싶은 곳이 바로 이 길이다.



 


               <라부랑스 속의 모습>

 

 절대자를
 염원하며 사모하여
 고난 많은 세상사 벗어나고 싶었을까?
 땋은 머리 두 갈래로 내린
 초라한 몰골의 할머니도
 예쁘장한 아가씨도
 세상살이에 찌든 장년도
 온몸을 땅에 던져 절을 돈다.


 
 절을 한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소박함이
 신앙으로 이어져
 이 황량한 오지에 절을 만들고
 불경을 읽는다.


 6곳의 경당(經堂), 80여 채의 불전(佛殿),
 31채의 장족(臟族) 식 건물,
 경륜방(經輪房) 500여 개,
 손님 숙사 일만여 채,
 6만여 권의 장서, 6개의 학원이 있는 곳
 라부랑스!!

 

 포플러 나무들 하늘을 이고
 황금으로 칠한 공당보탑(貢唐寶塔)이 머리를 틀어
 하늘을 어울렀는데
 여름답지 않은 가을 날씨가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 청년 - 여기 티벳 여자들은 머리를 길게 땋고 다녔다>

  

 세 걸음 걷고 땅바닥에 엎드려
 불경을 외우며
 오체투지를 하는
 가난한 영혼들이
 감숙(甘肅)에서 청해(靑海)에서 사천(四川)에서
 모여 들어
 들꽃 가득한 여름날
 사방 산으로 둘러싸인
 상과(桑科)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리며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샹파라(香巴拉) 축제를 연다.



 


          < 이 놀라운 불심(佛心)은 태국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

 

  영화배우 리쳐드 기어가, 이탈리아 축구스타 파울로 로시가 왜 티벳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가 된다. 나도 하나님을 몰랐다면 아미 티벳에 가서 자리를 잡았으리라. 수련을 하고 도를 닦고 인생의 의미를 되새긴다며 그렇게 갔었으리라. 묘한 매력이 넘쳐나는 곳! 티벳! 한번은 가볼 만하되 빠지면 안 되는 곳, 그 곳이 바로 티벳이지 싶다.


 절을 한바퀴 돌고 나니까 오전이 후딱 지나갔다. 여관에 들러 엽서를 몇 장 집어넣고 돈을 치른 뒤 우리는 황급히 터미널로 내달았다. 오늘 중으론 어떤 일이 있어도 이 험한 오지를 벗어나 대도시의 불빛이 찬연한 난주(蘭州)로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으리라.  



 


 <라부랑스를 한바퀴 도는 길이 따로 있다 - 절을 돌며, 절을 하는 티벳 아가씨- 여긴 소들도 순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