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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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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다랑논의 슬픔 - 7

by 깜쌤 2005. 7. 13.


용척제전(龙脊梯田)이 있는 마을은 아직까지는 깨끗하다. 밤이 되자 온 사방에 반딧불이들이 논마다  길가마다 날아다녔으니 여긴 청정마을임이 확실하다. 얼마나 많은지 심지어는 우리가 머무는 방 창틀에까지 붙어 있을 정도이다.

 

반딧불이는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다른 곤충에 비하여 유난히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반딧불이를 환경지표 곤충으로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1960년대에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반딧불이는 여름밤이면 언제나 볼 수 있었다. 그랬던 반딧불이, 즉 개똥벌레를 도시에서는 본지가 까마득하게 변해버렸으니 과연 도시라는 곳이 사람 사는 환경으로 적합한 장소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반딧불이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특이하다. 다른 곤충들과는 달리 빠르지 않아서 그런지 어딘가 평화롭다는 느낌이 든다. 불빛은 애잔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약하고 희미해서 꺼질 듯 말 듯 하며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서글픔을 느낄 정도이다.

 

반딧불이를 보며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포탄이 터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소리가 바로 밑 골짜기 부근에서 지축을 흔들며 소중한 상념을 깨뜨리고 만다.

 


 불꽃이 없는 것으로 보아 폭죽놀이를 하는 것은 아닐텐데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고 두런거리는 소리도 없고 모두들 아무 반응이 없으니 더욱 더 궁금해진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우리는 여관 카운터에 가서 주인아줌마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방금 터진 소리는 뭡니까?"
 "요 밑 집에 초상이 났는데 영혼을 위로하는 소리랍니다. 대형 폭죽을 터뜨리는 거지요."
 "그럼 가보아도 되겠네요?"
 "외부인은 가보는 것이 곤란합니다. 우린 관계없지만......"


 초상이 났다고 해서 잘하면 장례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를 했지만 그런 바램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장례행렬을 따라 가며 참으로 신기한 모습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6년 전 일이다. 세월의 흐름이 놀랍기만 하다.

 

 장례식 구경을 할 수 없다면 오늘밤은 반딧불이를 보며 "개똥벌레"노래나 흥얼거리는 것이 낫겠다 싶다. 제전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