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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황무지 속의 꽃 라부랑스 - (3)

by 깜쌤 2005. 7. 8.

 
<합작시내의 소학교 교실 - 합작(허쪼우)시는 샤허에서 한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다> 

 

마침내 샤허에

 

 합작시 제3소학교(=초등학교) 입구는 무슨 병원같이 생겼다. 영어로 들어가고 싶다고 설명한 뒤 들어서니까 간호원인 듯 싶은 여자가 나와서 앞을 막는다. 이럴 땐 영어가 최고다. 영어로 좌악 말을 하면 대부분은 물러서게 되어있다. 놀랍게도 아주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나오더니 영어로 말을 붙여온다.


 "무슨 일이지요?"
 "우린 한국에서 온 여행자입니다. 전 한국에서 선생 일을 하고요, 지나다가 학교가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들렀습니다."


 엠마라고 자기 소개를 한 여선생은 서구식으로 예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너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발음도 정확했다. 그녀가 설명을 잠시 해주어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여름방학이지만 아이들이 나와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 건물은 새로 짓고 있었는데 3층으로 된 현대식 건물이었다. 현재 공부하는 낡고 작은 교실은 새해에는 헐린다고 한다. 그녀의 양해를 얻어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 갈 길이 바빠 그만 헤어져야 한다. 중국 시골도시의 학교를 구경한 것만으로도 여행의 본전은 뽑은 셈이다.



 


                             <중국 소수민족인 티벳 장족 모습> 

 

터미널에 와서 보험증을 내밀고 표를 끊었다. 버스는 12시에 출발한단다. 시간이 좀 남았으므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청년 둘은 자기들끼리 맛있는 것을 사먹고 싶다고 하므로 따로 보내고 형님과 나는 터미널 근처 회족 가게에 들렀다.

 

 만두 한 통과 국수를 시키니 4원이 되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계산해 본다. 이제 샤허를 가서 라부랑스를 둘러본 뒤 그 다음에 난주(蘭州)로 나간다. 거기서 장거리 기차를 타고 우루무치까지 가보고 돌아오기로 한다. 그렇게 하려면 아무리 계산해도 시간이 촉박하다.


 점심을 먹기 전부터 우리보고 "샤허!"를 외치고 다니던 꼬마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꼬마가 바로 샤허행 버스의 조수였다.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샤허를 향하여 12시에 출발한 버스는 일단 시 외곽지로 가서 손님을 싣고 다시 터미널에 돌아온다.



            


         <허쪼우 시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사먹은 만두와 국수>
 

 황당해진다. 다시 손님을 싣고 밍그적거리던 버스는 드디어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샤허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경치는 조금씩 황량해져서 온 사방에 가득하던 초원은 간 데가 없고 허옇게 빛 바랜 낡은 토지위로 돌멩이와 자갈이 섞여있는 야산이 나타났다.


 산엔 나무가 거의 없어 작은 관목들이 듬성듬성 들어차 있다. 그러니 경치가 황량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한시간 반을 달린 버스는 마침내 작은 계곡 한가운데서 우리를 부려놓았다. 여기가 샤허이다. 난주에서 성도로 가는 길에 어떻게 하든지 꼭 둘러봐야 한다는 환상의 도시, 샤허 말이다.



 


<샤허의 변두리 주택가-중심가만 조금 화려하다. 여긴 너무 황량했다-사막보단 낫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