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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레코드 판을 들으며

by 깜쌤 2005. 7. 11.


                    <레코드 판 옆에 앉아서 밖을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우린 그걸 레코드 판이라고 불렀습니다. LP판 말입니다. 어쩌다가 그걸 한 이백장 모았습니다. 남들이 내다버리는 것을 주워모으기 시작했는데 제법 쏠쏠하게 모였습니다. 교실에 구식 오디오가 있어서 아이들을 가고 난 뒤 한번씩 듣기 시작했는데 턴테이블이 고장이 나버린 겁니다.

 

이젠 턴테이블 바늘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레코드 판이 있어도 턴테이블이 없으면 헛방 아닙니까?  음악시간에 아주 요긴하게 쓰던 태광회사 제품인데 소리 하나는 아주 부드럽게 났습니다. 제가 얼마나 아끼는 녀석이었는데....

 

지난달 경주시내엔 시장님이 특별히 인심을 썼는지는 몰라도 그간 버리지 못하던 쓰레기를 무상으로 수거해간다는 특별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온갖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파이오니어 오디오 셋트를 구하게 되었다는것이죠.

 

어떤 점잖은 부자 양반님(아파트 문간에 내어 놓은 상태를 보건대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시던 분 같습니다)이 쓰던 파이오니어 오디오를 내다 버린 것입니다. 롯데파이오니어가 아닌 정품 파이오니어 말입니다. 뭐 일제가 최고는 아니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한때는 세계를 주름잡았던(?)  그렇고 그런 물건 아닙니까? 

 

"원래 주인님! 너무 고맙습니다. 저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물론 턴테이블도 있었죠. 횡재한 겁니다. 학교에서 들어보다가 서재랍시고 방 하나 꾸민다고 법석을 떨며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오늘 드디어 파이오니어 기사 양반이 방문을 해주셨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대리점을 찾고 포항 대리점에 연락을 하여 수리 전문 기사를 소개 받아 어렵사리 시간 약속을 해둔 것이죠.

 

거금 3만원을 들여 수리를 하고 손을 보았습니다. 녹음 테잎은 재생이 안되는 것이어서 아쉽기는 해도 그런대로 들을 만 합니다. 이제 혜은이씨의 음반을 듣는 중이죠. 인생 사는 낙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인터넷에서 알게 된 몇몇분들은 나중에 경주 오시면 한번 들러주시지요. 들려드리고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난 제가 아는 분들은 모두 저보다 인생을 멋있게 사시는 분들 같아서 좋은 오디오 기기 정도는 가지고 계시겠지만 저같은 어리버리한 시골 선생이야 이런 것 하나에도 목숨 건다는 것 아닙니까? 어허허허허~~  웃음소리만 이렇지 사실은 새가슴에다 쫌씨인 시골 훈장이 기분 들떠 해본 허접스런 소리였습니다. 

 

 

 

 

깜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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