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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황무지 속의 꽃 라부랑스 - (2)

by 깜쌤 2005. 7. 7.


                                  <샤허의 라부랑스 앞 거리 모습>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순간 머리 속으로 번쩍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다. 맞다! 론리 플래닛에 이런 경우에 대처하는 글이 있었던 것 같다. 론리를 꺼내 읽어보았다. 예전에 읽으면서 노란색 형광 펜으로 표시까지 미리 해두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여긴 감숙성이다. 사천성이 아니다. 그러니까 사천성에서는 여행자보험을 터미널에서 표를 팔 때 같이 의무적으로 끼워 팔지만 감숙에서는 여행객이 직접 보험사에 가서 보험을 들고 그 증명서를 차표 끊을 때마다 제시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인들은 보험 안 들어도 된다. 외국인만 들어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보험회사는 또 어디에 있는 것인가 말이다.


 열이 난 우리들은 여행안내서에 있다는 시내의 다른 버스 터미널에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어제 저녁에 버스터미널을 보았다는 청년의 희망적인 말에 용기가 올라 배낭을 매고 무작정 터미널을 찾아 나섰다. 이럴 땐 오기를 버려야 하는 것이지만 약이 오르고 독이 오른 우리에겐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하여튼 여행가서는 오기를 버려야 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괜히 문명인인 척하고 객기를 부려봐야 부릴수록 손해라는 것은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었다. 물론 서부유럽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거긴 모든 것이 극도로 합리적이어서 오히려 인간적인 인심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샤허 시내 티벳 인들의 거주지 모습>

 

시내 도로를 따라 찾아간 터미널에는 문이 굳게 잠겨져 있었다. 그러니 터미널을 새로 만드는 동안만 구 터미널을 쓴 것인데 여행 안내서에는 마치 터미널이 두 개 있는 것처럼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맥이 빠진다.


 또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 말이다. 잠시 눈을 돌려 살펴보았더니 감숙교통 어쩌고저쩌고 하는 간판이 보였다. 아마 교통관계 사무실이었던 모양이다. 눈이 확 떠진 나는 용감하게 쳐들어 가보기로 했다. 메모지를 꺼내 글을 써서 보여주었더니 여직원이 나와서 택시를 잡아준다.

 

그리고는 어디어디로 데려다 주라고 기사에게 이야기하며 당부해두는 것이었다. 어디에나 인간적인 사람은 있는 법이다. 이럴 땐 살 맛이 난다. 다시 택시를 타고 우리는 원래의 터미널 부근에 와서 보험사를 찾아낸 것이다.


 한사람 당 보험료는 우리 돈으로 4500원 정도이다. 중국 돈으로 30원이니까.... 유효기간은 20일이고 최대 보험금액 지불은 중국돈 10만원이다. 그렇다면 내 목숨 값은 1,500만원인 셈이다.



 


         <샤허의 명물 라부랑스 앞 부근의 민가 모습들 - 일종의 절마을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김해비행기 사고를 낸 중국의 어떤 항공사는 아직도 보험금 지불을 미루고 있다고 하니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으면 나만 억울해지는 것이다. 그런 주제에 보험을 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슨 도둑놈 심보인지 모른다.


 보험영수증 한 장을 손에 넣은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터미널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가 길가에서 소학교를 하나 발견한 것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날 수 없듯이 내가 어찌 소학교를 그냥 지날 수 있겠는가? 무작정 학교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