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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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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황무지 속의 꽃 라부랑스 - (1)

by 깜쌤 2005. 7. 6.

                           <샤허의 한 초등학교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허쪼우 ( 合作 합작 )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이 되었다. 자그마치 10시간 반을 버스 안에서 보낸 셈이다. 허쪼우는 규모가 조금 큰 시골 도시이다. 시가지는 깔끔했다. 도시 입구엔 몽골 족들의 천막집(파오, 유르트)이 개울과 저지대에 가득했다. 틀림없이 무슨 축제가 있거나 행사가 있을 터이지만 어떤 일인지 도저히 짐작이 안 된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호객 꾼 들이 몰려들어 "샤허'를 외친다. 샤허 간다는 이야기다. 동작 빠른 스페인 커플들은 벌써 공안( 公安 꽁안 )에게 가서 정보를 수집중이다. 버스 운전수들이나 차장들은 샤허를 한시간 반만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자기들이 알기론 두 시간 더 걸린다며 오늘 여기에서 묵는다고 한다. 

 

  우리도 묵을 예정이라고 했더니 함께 호텔을 찾으러 가자고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호텔만 찾으면 세상없어도 오늘은 좀 쉬고 싶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난주까지는 하루거리이다. 초원을 벗어난 셈이니까 안심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배낭을 매고 거리를 헤맨다. 쉽게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론리 플래닛 한 권만 있으면 호텔 찾기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배낭을 풀고 샤워를 했다. 청년들이 사온 빵 몇 조각으로 허기를 매운 뒤 추위에 덜덜 떨다가 약을 먹고는 깊은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티벳 불교의 성지 샤허 - 성도에서 난주가는 길목에 있다>


감숙성 산골짝에서는 보험 안 들면 버스도 못 탄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려본다. 기침이 자꾸만 쏟아진다. 함께 한 일행들이 근심스런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사실 이런 험한 오지에서 아프면 볼 장 다 본 것이나 다름없다. 여긴 중국에서도 오지로 치는 감숙성의 티벳족들이 사는 곳 아니던가? 배낭을 매고 나서 활기차게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허쪼우(合作)시에서 샤허까지는 버스로 기껏해야 두시간 거리이므로 그 정도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터미널은 우리 호텔에서 가까우므로 걸어가기에 별 부담이 없었다. 기세 당당, 보무 당당하게 걸어간 우리 일행은 곧 크나큰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으니 그건 바로 보험문제였다. 하여튼 중국여행에서 여행자 보험은 곳곳에서 말썽이었다.


 "샤허(夏河) 4장 주세요."


 중국어를 알면 현지 사람인체 하면 되지만 말이 안되니 할 수 없이 종이에 써서 내밀었는데 눈치 빠른 중국 아줌마는 보험증을 보여달란다. 사실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뜻이 그런 것 같았다. 모른다고 했더니  이번엔 종이에 써서 요구한다.   


 "보험증명서 주세요."
 "무슨 증명서?"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어로 뭐라고 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 보험증 없이는 표를 못 판다고 한다. 다른 여자 직원이 오고 난리가 했지만 말이 안 통하니 서로의 감정만 높아질 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디 가서 무슨 보험을 들고 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하면 되지만 서비스 개념이 없는 이 산골짝 작은 도시 버스 터미널 직원에게는 씨알이 먹힐 리가 없다. 자본주의의 서비스 정신은 여기서는 사치품일 뿐이다.



 


                                     <우린 지금 샤허의 라부랑스를 가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