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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환상의 꽃밭 - 그 거대한 초원을 찾아서 (8)

by 깜쌤 2005. 7. 5.

 
<초원을 마구 파헤쳐 도로를 만들고...... 현재 초원을 마구잡이로 개발중인 것 같았는데....>

 

● 샤허(夏河)를 향하여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그래야 준비를 해서 7시 버스를 탈 수 있다. 표는 어제 저녁에 청년들을 시켜 미리 끊어 두었으므로 문제는 없지만 하루에 한 두 번 있는 차를 놓쳐버리면 계획이 엇갈린다. 우린 지금 성도에서 란주까지 나가는 데만 거의 열흘이나 걸리는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나머지 보름간을 가지고 실크로드 어디를 간단 말인가?


 그러니 서둘러야 한다. 온몸이 쑤시는 듯 아파 오고 골치는 띵한데 배낭을 매고 일어선다. 아침은 랑무스 빈관을 끼고 자리잡은 회교도들 빵집에서 넓적한 빵 조각을 몇 개 샀다. 여행안내서에는 랑무스가 아주 매력적인 도시라고 칭찬이 자자했지만 난 빨리 이 초원을 벗어나고 싶었다. 일정 계산을 아무리 해봐도 초원지대에서 오래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여길 떠나버리면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곳이지만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출발하는 것이다. 시간이 되어 버스가 오자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한꺼번에 몰린다. 이러면 우리가 좌석을 차지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오늘도 하루종일 타고 가야 하는데 좌석도 없이 서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난 몸도 아픈 상태가 아닌가 말이다.



 


                       < 초원을 흐르는 개울을 건너는 양과 염소떼들>

 

 우람한 덩치의 차장 아저씨가 어떤 사람은 태우고 어떤 사람은 못 타게 한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못타는 사람들은 너무 안돼 보인다. 우린 쉽게 탈 수 있었다. 역시 배낭은 지붕 위에 실어두었다. 인도네시아 청년 둘도 함께 탔다. 시간이 되어 출발하는데 누가 좇아와서 버스 문을 두드린다. 어제 러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스페인 커플이다.


 상하이에서 중권 투자 전문가로 일한다던 그 남자이다. 곧이어 여자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스에 오른다. 여자는 스페인 영사관에 근무한다고 했었다.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인사를 해온다. 이 커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샤허까지 간다고 한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줄기차게 잠을 자두어야 한다. 몸 컨디션도 엉망이므로 자야 한다.

 

거기다가 독한 감기 약을 먹었으니 약에 취할 수밖에 없다. 창 밖은 계속 초원지대이다. 거대한 초원이지만 여긴 도로 양쪽으로 언덕과 산이 계속된다. 그러니 풍경이 단조롭다. 거기다가 도로는 비포장이고 공사중이니 버스가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줄기차게 졸기 시작했다. 자다가 깨고 또 자고..... 또 졸고 자고 깨고.....


 어제 저녁은 먹고 또 먹었는데 오늘은 자고 또 자고 하는 신세이다. 도로 상태는 한마디로 엉망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은 진흙탕으로 변해 곤죽을 이루었다. 진흙 반죽 길을 버스가 기어가는 꼴이다. 아! 지겹다. 지겨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