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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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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환상의 꽃밭 - 그 거대한 초원을 찾아서 (7)

by 깜쌤 2005. 7. 4.
사람들 첫인상이 순박하고 친절했다. 가게는 서너 평이나 되려나? 자그마한 공간 안에 테이블이 서 너 개 자리를 잡고 있다. 벽에는 온갖 여행자들이 붙여놓은 메모가 가득하고 사진이나 낙서장 같은 것이 벽면을 채웠다. 주인 내외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음식 주문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한국 유학생 한 쌍을 만났는데 어제 저녁 한밤중에 "샤허"에서 왔다고 한다. 샤허는 우리가 꼭 들러야 유적 도시이다.  인사를 나누고 정보교환을 시작한다. 배낭여행자들이 하는 기본 인사가 '어디에서 묵었느냐 값은 얼마냐, 어디 음식점이 싸고 맛있느냐' 하는 것이다. 서로 유용한 정보를 교환하고 주문에 들어간다.

 



                         <엄청나게 양이 많았던 음식들-사진이어서 그렇지 4인분은 된다>

 

 "아저씨들, 이 집 음식은 양이 엄청나게 많아요. 장난 아니게 많이 주니까 시킬 때 조심해야 되요."


 친절하게 충고해 주면서 백인들이 남긴 메모지를 보라고 가리킨다. 그래도 설마 했다. 난 "프라이드 라이스 위드 야크 미트(Fried Rice with Yak Meat)" 1인분을 시켰다. 한 접시에 6원(900원)이다. 같이 간 청년 한 사람은 햄버거를 시켰는데 나중에 놀라 넘어질 뻔했다.


 접시는 탕수육 큰 걸 시켰을 때 가져오는 크기 정도였는데 거기에 산만큼 담아주는 것이었다. 보자마자 질려버린다. 이건 볶음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산더미 같은 쌀 무더기를 파먹는 것이다. 그런데 맛은 또 엄청 좋다는 게 문제였다. 햄버거도 장난이 아니었다. 족히 4명이 먹어도 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을 가져왔으니 먹기도 전에 질려버리고 만다.
 

먹고 또 먹고.... 먹고 또 먹고..... 허리끈 풀어가며 먹고 또 먹고..... 양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마음 좋은 주인 아저씨 왈,
 "먼길 오시느라 고생혔으니 많이 드셔유우. 먹어야 헌당게유우"
 아줌마도 덩달아 가로되
 "배고픔 암것도 못혀유. 그러니께 그냥 많이 드셔유"


 참, 이 사람들은 천생연분 부부간이다. 이 정도의 가격에 배를 두드려가며 먹기는 중국 와서 처음이다.

 




     <샤허의 티벳 절에서 본 경통들-티벳 장족 불교 신자들은 이 통을 손으로 돌리면서 지나간다. 그러면 불경을 많이 읽은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몸이 너무 아파서 샤워를 하러 갔다. 비록 장작불을 때서 물을 데우는 방식을 쓴다고 해도  세면실엔 수증기가 가득했다. 나무문이나마 달아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세면장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허름한 시골 벽촌 여관에서 하는 샤워지만 뜨거운 물을 덮어쓰니 여독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밤새도록 끙끙대며 앓았다. 덕분에 일행들은 잠을 못 잤다. 몸에 열이 나고 기침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재채기도 연속으로 나오니 견딜 재간이 없다. K군이 수건을 적셔와 이마에 얹어준다.


 계속 같은 꿈을 지겹도록 꾸는데 눈을 떠보면 시간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고. 한기가 들기 시작한다. 몸이 막 떨리면서 추웠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K군이 경주에서 가져온 조제한 감기 약을 먹고 나서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