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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환상의 꽃밭 - 그 거대한 초원을 찾아서 (6)

by 깜쌤 2005. 6. 30.


                                              <파헤쳐지고 있는 초원-랑무스 입구>

 

랑무스 입구는 공사중이었다. 초원을 깎아 도로를 넓히고 있었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가 진창으로 변해서 차들이 엉금엉금 기고 있었기에 그렇지 않아도 지겹기만 한 마지막 한 두 시간의 여행이 더욱 괴롭게만 여겨졌다. 몸도 서서히 아파 오기 시작하는데.....


 랑무스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여긴 작은 시골 동네이지만 여행자를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버스가 도착하는 곳이 바로 터미널 같았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쯤엔 완전히 해가 져버려서 사위가 어둑어둑했다.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랑무스 초입에서 버스에 올라타더니 우릴 보고 "랑무스 빈관"을 외치기에 그 빈관이 제일 좋은 곳으로 알고 찾아가기로 했었는데 바로 버스가 서는 곳 옆에 자리잡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층에 올라가서 카운터를 찾았더니 시골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방을 하나 가리킨다. 곧이어 허름한 총각이 하나  따라 왔는데 영어 발음이 아주 좋았다. 방은 길가에 자리잡은 2층이었는데 달랑 침대 4개뿐이었다. 전기 플러그는 밖으로 그냥 노출되어서 자다가 잘못 건드리면 감전사하기 딱 알맞았고.



 


                            <초원이고 어디고 중국 전체엔 개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당연히 이 정도면 욕실이나 화장실은 따로 있는 법이다. 총각을 따라 가보았더니 짐작한 대로였다. 그런데 맙소사! 샤워실 한가운데는 장작 때는 난로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이제 불을 지펴 놓았는지 장작 타는 냄새가 세면장 겸 샤워실에 조금 묻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뜨거운 물로 샤워가 가능하다고 자랑을 했다.


 "걱정 마세요. 한 시간 뒤부터는 뜨거운 물로 샤워가 가능합니다!"


 참 걱정되는 순간이다. 더구나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엔 방금 공사를 끝냈는지 시멘트 범벅이었고 공사자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영 아니었지만 밖은 이미 컴컴해졌고 가로등 하나 없는 음침한 거리를 배낭 매고 헤맬 용기가 나질 않아 묵기로 했다. 한가지 매력적인 것은 있었다. 1박에 단돈 15원, 우리 돈으로 일인당 2,250원으로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총각의 영어 솜씨가 놀라워서 물어보았더니 인도에서 배웠다고 한다. 이 시골구석 총각이 인도에 다녀왔을 리가 없는데 하여튼 영어하나는 유창했다. 우리와 함께 온 인도네시아 청년 둘도 우리와 함께 2층에 묵기로 했다.
 
 몸 상황이 엉망이었지만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러샤 카페"를 찾아 나섰다. 큰길로 나와 포장도 안된 대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니 전봇대에 카페 가는 안내쪽지가 붙어 있었다. 역시 우린 하는 일이 잘 된다.


 바로 개울 하나 건너면 다다를 수 있는 곳인데 예상외로 코앞에 있었다. 장소를 새로 옮겼다고 한다. 주인장은 키가 멀대처럼 크고 얼굴도 길쭉한 것이 꼭 왕년의 씨름선수 이봉걸씨 같았는데 주인 아줌마는 자그마한 분이 예쁘장하면서도 수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