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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환상의 꽃밭 - 그 거대한 초원을 찾아서 (5)

by 깜쌤 2005. 6. 29.

                                                <초원에 뜬 무지개>

 

그런데 그 초원에서 우린 놀라운 체험을 했다. 버스가 달리는 방향으로 오른쪽 하늘의 반쪽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짙은 먹장구름이 대지를 휘감기 시작하는 것이다. 광활한 대지 위를 덮은 하늘이므로 그 크기는 상상을 넘어섰다.

 

그런데 그 큰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덮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버스가 달리는 도로를 중심으로 한 왼쪽 편 하늘은 뭉게 구름이 떠 있고 밝은 햇살이 가득히 내려 쪼이기만 한데.......


 이내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한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버스 오른쪽 창문엔 빗방울이 묻어오는데 왼쪽 창문은 말짱한 기적 같은 일이 우리들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 오묘한 체험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감격을 가져온다. 너무도 신비한 자연 현상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어서  이럴 수가 있는가 싶었다.



 


                              <무지개의 뿌리를 본적이 있는지?>

 

 난 내 평생에 이런 엄청난 규모의 초원을 본 것은 거기가 두번째였다. 그 초원의 저 멀리 끝자락엔 아득하게 바위산이 터억 버티고 서 있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마 버스는 그 산을 목표로 달려가는 듯이 보인다.


 초원의 한 가운데 즈음에 왔을까 싶은데 버스가 서더니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내린다. 도로에서 초원의 한가운데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뻗은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옆에 바위로 만들어 세운 커다란 이정표가 자리 잡았다. 그 이정표 속에는 화호(花湖)라는 이름이 자랑스레 제 이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하, 여기가 바로 쏭판에서 만났던 서른 다섯 살 노총각이 말하던 바로 그 대초원 속의 "화호"이구나 싶다. 花湖라! 이름 그대로 호수 주변엔 사방 천지가 모두 수수한 야생화로 덮여 있다. 마치 터키의 앙카라에서 볼루 국립공원 가던 길에 만났던 거대한 호수 주변 같았다. 그 호숫가에도 엄청난 야생화로 덮여 있었던 초원이 있었지!


 한번 내려서 들어가 봐야 하는데 버스는 야속하게도 이내 출발하고 만다. 기억에 담아두기 위해 다시 한번 화호쪽을 쳐다보았다. 저 멀리 초원의 한가운데 호수가 아늑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햇살을 한껏 받은 반짝이는 수면이 오후의 햇살아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화호의 아름다움에 취해있을 때쯤엔 초원을 적셨던 폭풍우가 물러서고 있었고 아스라이 보이던 초원의 끝자락에 걸린 바위산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차는 초원 끝머리의 언덕을 오르는데 언덕에 오르자마자 우린 또 다시 우리 앞에 펼쳐진 웅장한 경관에 다시 한번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달린 버스는 이 언덕을 내려가서 저 멀리 높은 있는 높은 산을 향해 앞쪽의 골짜기를 오른쪽으로 줄기차게 달렸다. 거기가 랑무스였다>


 단순한 언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놀랍게도 높은 산의 정상부분이었고 그 밑으로 또다시 끝없는 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가물가물하던 바위산이 왼쪽 편 앞에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으랴?       

     
 그 산밑엔 꿈인 듯 싶은 티베트 장족 들 마을이 군데군데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으니....버스에서 내린 촌 노인은 4,5백 미터나 족히 떨어진 마을에서 누가 나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풀밭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참으로 한가롭고 목가적인 경치였다.

 

그렇게 달린 버스는 해가 서산에 걸릴 때쯤 해서야 잠시 사천성에서 감숙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다시 감숙성의 작은 시골마을을 나와서는 끝없이 구겨지기만 한 초원 길을 달려 드디어 해가 빠져 사방이 캄캄해졌을 때 비로소 랑무스에 도착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