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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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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환상의 꽃밭 - 그 거대한 초원을 찾아서 (4)

by 깜쌤 2005. 6. 28.
꽃의 호수

 


                                      <천막에 걸어 말리는 야크고기>

 

  거의 다섯시간이나 달린 뒤라많이 피곤해져 있었는데 정오경이 되어 버스가 죄이게(=조이게) 시에 도착했다. 일단 송판에서 출발한 버스는 여기까지만 온다. 그러나 여기에서 머물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다음 행선지인 랑무스 까지 가기로 했다.

 

 조이게 시가지에 들어서기 전 중국 공안들이 자동차를 검문하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여긴 티벳 장족들 땅이다. 한족들 자기들이 뭔데 남의 땅에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는가 말이다.



 


                           <개발의 열기로 인해 깔끔하게 정리된 조이게 시가지 >

 

 워낙 순박한 티벳인들이라 아무 불평없이 순종하는 모습들이다. 그들의 깊은 속내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럴수록 내가 더 속이 상했다. 여긴 민족자결주의 원칙도 없는 모양이다. 하기사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그런 원칙이 적용될 리가 없는 것이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조이게 시에서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랑무스 가는 차편을 알아보아야 한다.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두사람의 청년들이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 같아 말을 걸어보았다.
 
 "어디 가는 길입니까?"
 "초원 속의 도시 랑무스 갑니다."
 "우리도 오늘 랑무스까지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디서 오셨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입니다."



 


                                      <조이게 버스 터미널 대합실>

  

 아하! 이 친구들이야 말로 정통 화교들이다. 인도네시아 거주 중국인들인데 북경대학에 유학중이라고 한다. 그러니 중국어와 영어가 능통하지. 같이 알아본 결과 오후 2시 경에 랑무스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먼저 버스표를 사두어야 했다.

 

 고물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구한 우리들은 두팀으로 흩어져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배낭을 지키고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사먹도록 했다. 그동안 나는 터미널 한켠의 벤치에 앉아 일기를 쓰면 된다. 한족 청년과 티벳 청년들이 내가 쓰는 일기장을 유심히 살핀다.
 
 난 한글을 쓰므로 무슨 이야기를 써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럴땐 외국인이라는게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시내 들어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온 일행과 교대하여  조이게 시장에 들어갔다. 여긴 물산이 풍부하다. 시가지도 모두 새로 건설해서 깨끗한 편이다.



 


                                  <시내에서 만난 티벳 아줌마>

  

 이 험한 산골짜기 골짜기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모조리 새것으로 교체되고 있는 중이었다. 중국 경제발전의 위력은 이 산골에서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어 다시 고물 버스에 올랐다.    
 
현지인 들과 섞여 버스를 탈 때는 웬만하면 일찍 올라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통로 왼쪽 편에 자리를 잡았다. 큰 배낭은 버스 지붕에 올려 두었다. 미니 버스인지라 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도 순식간에 만원이 되어 버린다.

 

 내 옆에 앉은 티베트 아줌마는 뺨이 강렬한 자외선에 완전히 익어버려서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빨갛기만 하다. 너무 수줍어해서 말 걸기가 뭣했다. 사가지를 벗어난 버스는 탈탈거리며 작은 언덕을 넘는다. 그런데 이때부터 다시 풍경이 변하기 시작해서 정말로 엄청난 크기의 초원을 지나게 된다.



 


            <자외선에 의해 피부가 익어버린 티벳 아줌마 - 깜쌤 머리가 보여? >

 

 

 그곳 경치만은 여러분들이 꼭 한번 봐 두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언제 한번 가볼 기회가 있다면 잊지 말고 기억해 두었다가 눈에 담아 오기 바란다. 버스는 끝없이 완만한 언덕을 오르다가 내려가다 하기를 반복한다.

 

 사방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대초원을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30분이나 직선으로만 쫘악 달려나간다. 중간에 한번 아주 조금 살짝 방향을 바꾸고서도 계속 30분간이나 달려야만 하는 초원이니 그 크기는 여러분들도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싶다.



 


                            < 지나가다가 본 초원 속의 호수>

 

 풀밭 위로는 먹이감을 찾아 나선 매가 허공을 맴돌았다. 초원에다가 굴을 파고 사는 초원 미어캣 같은 녀석들이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방을 살피기도 한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사람들이 가득 탄 버스 정도는 겁을 내는 것 같지 않다.

 

 아주 유유자적하게, 여유 만만한 동작으로 사방을 살핀다. 뒷다리로는 대지를 딛고  앞다리는 앞으로 살짝 구부린 자세로 서서 고개를 돌리면서 사방을 살피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