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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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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환상의 꽃밭 - 그 거대한 초원을 찾아서 (2)

by 깜쌤 2005. 6. 25.


천주사를 지난 버스는 왼쪽 계곡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가면 구채구로 가는 것이지만 왼쪽은 난생 처음 가보는 길이다. 어딘들 평생 처음 가보는 길이 아니겠는가마는 란주로 가는 대초원 길을 달려보는 것은 내 꿈 가운데 하나였었다. 그러기에 작은 경치 하나라도 놓칠 새라 낡은 버스 밖에다가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경치가 조금 황량해지더니 야크와 말이 있는 작은 목장이 산밑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크게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산 중턱으로 난 도로가 산허리를 감고 있었고 그 길로 앞서가는 트럭들이 가쁜 숨을 내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타고 있는 고물 버스도 어렵게 산을 올라섰는데 꼭대기에 오르자마자 풍경은 일변해 버린다. 놀랍게도 어마어마한 대 초원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하늘은 흐려서 짙은 회색 빛을 띄고 있었는데 아래로 길게 줄무늬가 난 얼룩얼룩한 천막으로 만든 허름한 가게 한 두 개가 초원의 한 모퉁이에 아무렇게나 자리잡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가 대초원의 한쪽 모퉁이에 들어선 것이다. 솔직히 사천성 산골짜기에서  대초원을 만나리라고는 짐작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기록에서 사천성과 감숙성을 이어주는 대초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펼쳐질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버스는 초원사이로 구불구불 펼쳐진 길을 달린다. 비포장 도로니까 속력을 낼 수도 없거니와 이런 곳에서 시간을 맞출 일은 더욱 없을 테니까 늦게 간들 문제가 될 게 없다. 도로는 평탄한 가운데 조금씩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있을 뿐이다. 어쩌다가 한번씩 나타나는 티베트 인들의 검은 색 천막과 점점이 흩어진 야크 떼와 양무리, 염소무리, 소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을 뿐이다.
 
초록 풀밭과 검은 색 야크의 조화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거기다가 흰색 양떼와 갈색의 말 무리가 덧붙여지면 아름답기 그지없다. 여기서는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 든다. 전혀 급할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 삶은 어떤 모습인지 모르기에, 나는 지금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고 평가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물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르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평탄한 초원지대를 흐르는 물은 구불구불 해 질 수밖에 없다. 큰 급경사나 언덕이 없기 때문이다. 초원의 완만한 경사지 사이사이를 누비며 흐르는 강물은 짙은 흙탕물이다.

 

이는 물이 나쁘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결국 살아가는 삶이 구차하다는 이야기와도 통한다. 전염병이 돌 가능성이 많고 빨래하기가 곤란하므로 옷 색깔은 자연히 짙은 색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