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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아하! 이래서 계림이구나! - 6

by 깜쌤 2005. 6. 27.


유명한 유적지는 보통 엄격한 보존과 관리를 위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거나 입장을 시키더라도 반드시 가이드를 딸려보내는데 노적암도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되었다. 우리도 20여명 남짓한 그룹 뒤에 붙어 들어가게 되었는데 일행들의 말이 어째 좀 수상쩍었다. 확실히 중국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많이들은 말들이어서 처음엔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피부가 나처럼 까무잡잡하고 말씨가 딱딱 끊어지는 것으로 보아 태국사람들이다. 확인해보니 틀림없었다. 놀라운 일이다. 태국 단체 관광객들을 다른 나라에서 만나보는 것은 내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 더 놀라운 일은 가이드가 영어로 하는 안내를 아주 능숙하게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태국 상류층 사람들이다. 매너 또한 좋아서 호감이 갔다.

 

노적암 속에서는 조명을 군데군데 해두었는데 가이드가 사람들을 데리고 지나가며 조명을 켜서 잠시 설명을 하고는 이내 꺼버리는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한다. 그러니 설명할 때 가이드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잘 들어두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설명이라는 게 고작 '저건 뭐와 닮았고, 저건 무엇과 닮았고...'하는 식이니 우리들끼리 앞으로 나가기로 했다.

 


 앞으로 그냥 나가는 것은 좋은데 조명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답답해져서 결국은 다시 단체관람객 뒤를 따라 다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우리나라에도 석회암 지대라면 지천으로 깔린 것이 종유 동굴이지만 여긴 조명만은 그럴 듯하게 해 두어서 보기에 괜찮았다.

 

중국유적의 특징이라면 무엇이나 다 거대하다는 것인데 노적암 동굴도 거대한 편에 들어간다. 동굴 내부는 울진 성류굴을 보신 분이라면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 된다.


 우린 늦게 들어온 편이라 우리 뒤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조바심이 났다. 무신경한 중국인들이 우리 앞의 태국 관광객들만 나가면 동굴 속 전체 조명을 꺼버릴 것 같아서 마음 한편으로는 신경이 쓰였다. 사진 전문가이신 K선생님은 사진 촬영을 위해 여기저기 종횡무진 누비고 계신다. 그러니 자꾸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인데......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셨다. 노적암 바깥의 조경은 그저 그런 편이다. 도로 가에 동굴 하나 달랑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여긴 모두 카르스트 지형이어서 산봉우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생겼다. 바깥으로 나와 버스를 찾는데 소수민족 들이라고 생각되는 아주머니들이 벌떼처럼 모여들더니 엽서를 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엽서 10장에 5원!"
 우리도 이젠 조금 닳아서 중국말로 나온다.
 "메이요우"


 그래도 안 떨어지면 이번엔 "부야오(不要 필요 없어요)"로 응수했다. 그래도 이 아줌마들은 결사적으로 덤비는데 아주 기어이 팔고 말겠다는 임전무퇴의 비장한 각오로 나오는 것 같았다.

 


                              <칠성공원에서 노적암 방면을 보며>

 

 "10장에 4원!"
 "안 사요 돈 없어요!"
 "한국인들 돈 많아요. 부자예요."


 우린 졸지에 부자가 된다. 그들 눈엔 우리가 부자로 보이나 보다.


 "10장에 3원!"
 "그래도 안 사요. 정말 돈 없어요. 메이요우, 부야오, 메이꽌시(관계없어요)!!!!"  


 이 세상 어디서나 물건값은 흥정하기에 달렸지만 중국처럼 물건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해서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는 드물다. 중동지방의 아랍상인들도 중국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들끼리 함께 모이면 아마 막상막하, 난형난제이리라.

 

한번 가보신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여서 여기서 구차하게 길게 쓰고 싶지 않지만 최대한 튕겨 보는 게 헐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몇 번씩은 다 쓴 경험을 해보고 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