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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아하! 이래서 계림이구나! - 5

by 깜쌤 2005. 6. 24.

 
                              <칠성공원내의 낙타봉>

 

 칠성공원 속에는 또 다른 명물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낙타봉이다. 낙타라면 바로 '사막의 배'라고 불리는 그 녀석 말이다. 4년 전에 호화호특을 거쳐 포두(파오터우)를 갔을 때 고비 사막의 일부분인 명사만에서 낙타를 타본 일이 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고비낙타는 쌍봉(雙峰)이고 아라비아 낙타는 단봉(單峰)이어서 외관상으로 단번에 차이가 난다. 칠성공원에 있는 낙타봉은 뭘 닮았다고 해야 할까?


 온갖 모양의 산봉우리가 있지만 낙타 모양을 닮은 산봉우리는 좀 귀하지 않을까 싶다. 바위 하나가 낙타를 닮았으면 그런 경우는 흔히 있는 것이지만 산 하나 전체가 그런 모습을 닮는다는 것은 조금 귀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도 중국인들은 떼거리로 몰려 와서 사진을 찍는다.


 낙타봉 주위에는 수석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한국인들을 아주 봉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종업원들이 우리말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싸요, 좋아요"라는 표현을 잘 하는 것 보면 우리들 한국 관광객들의 심리상태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하다.

 


                          <칠성공원에서 만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여행을 해보면 느끼는 것인데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기만 하지 가벼워지는 법은 거의 없다. 그러니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참는 것이 도리이다.


 자꾸 욕심을 내서 이것저것 사다가 보면 배낭만 무거워져서 나중에는 죽을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낙타봉을 보고 돌아 나온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노적암(蘆笛岩)에 가보기로 했다. 칠성공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가 타고자 하는58번 버스는 들어오지 않고 11번 버스만 줄기차게 들어오는 것이었다.


 차량 출입을 관리하는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더니 여긴 58번 버스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지도에 나타난 버스 노선번호가 엉터리라는 이야기다. 한 30분 가량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이런 젠장' 소리가 저절로 나올 뻔했다. 차라리 택시를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택시가사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대략 요금이 한 20원 정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타자. 이럴 땐 택시를 타자.  


 "그런데 기사 아주머니. 지금가면 관람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벌써 시간이 4시 50분이다 되어 가는데......"
 "괜찮습니다. 가능합니다. 염려말고 입장하세요."

 


                                               <노적암 내의 종유 동굴 >

 

 그러더니 아 아주머니 기사는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어디에다가 전화를 해보더니 나에게 전화를 받아보라며 전화기를 넘겨주는 것이다. 자기 딸이란다. 아! 이런 행위는 이 사람들의 성의인지 돈을 벌려는 노력인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지극 정성인지는 모르지만 장사기술 하나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딸의 영어가 조금은 어설프지만 그래도 뜻은 거의 다 통했다.


 "한국인 손님들, 지금 입장하셔도 구경은 충분히 다 할 수 있습니다. 염려말고 입장하세요. 그리고 말이죠, 돌아나갈 때 택시 타실 예정입니까? 지금 이 시간에는 버스가 잘 없을 텐데..."
 "고마워요, 아가씨. 그래도 우린 버스 타고 나갈 겁니다."
 "손님들이 나오실 때까지 우리 어머니께서 입구에서 기다릴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그런데 기다리는 그건 공짜가 아니겠지요?"
 "물론 택시가 대기하는 동안의 대기요금 정도는 주셔야지요."


 내가 왜 대기요금까지 물어가며 택시를 타야하는가? 쌔고 쌘 것이 택시이고 길거리에 깔린 것이 택시인데...... 이럴 때 판단을 잘해야 한다. 상대가 베풀어주는 친절이라고 생각해서 택시를 기다리라고 하면 그들이 달라는 대로 돈을 다 주어야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말이 잘 안 통하는 상황에서는 그저 조심하는 것이 갈등요인을 없애는 지름길인 것이다.


 여긴 여유가 넘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우리보다 삶의 수준이 덜어지는 중국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후진국 장사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바로 이런데 있었다. 선심을 베푸는 것 같지만 철저한 계산 밑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 장사꾼들이다.

 

그냥 우연히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정말로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택시 기사라면 일단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지 싶다. 더구나 상술에 밝은 중국 택시기사가 아니던가?

 


                                              <노적암 동굴 내의 경치>


 노적암이라는 곳은 동굴경치가 유명한 곳이다. 노적은 갈대피리를 의미한다. 노적암 앞쪽으로는 갈대 숲이 우거져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는데 어쨌거나 여기 동굴 경치 하나는 계림에서도 손꼽히는 절경 가운데 하나로 친다고 한다. 달리던 택시가 도로 한가운데 서더니 기사가 노적암 입장권을 사라고 이야기를 한다.


 도로 옆에 설치한 작은 매표소였는데 이런 곳에서 잘못사면 사기를 당하는 수도 있다. 아직 노적암 동굴은 한참이나 남은 것 같은데 도로 가에서 입장권을 사라니 조금 황당했다. 중국에서 몇 번 그런 경험을 하긴 했으므로 사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의심을 아주 떨쳐버린 것은 아니다.


 입장료는 자그마치 거금 60원이다. 한시간 관람료로 우리 돈 9,000원을 지불하려니 속이 다 쓰리고 아프다. 그렇다고 안볼 재간이라도 있는 게 아니니 입장권을 사고 만다. 사실 계림의 경치는 라오스의 "방비엥" 지방과 흡사해서 크게 호감이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내 느낌으로는 방비엥이 여러 면에서 낫지 않을까 싶다. 방비엥에도 이런 석회암 동굴들이 깔려 있는데 거긴 개발이 안되어서 그냥 절벽을 기어올라 찾아 들어가면 되었다. 나 같으면 라오스의 방비엥을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입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으므로 조금 안심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