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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환상의 꽃밭 - 그 거대한 초원을 찾아서 (1)

by 깜쌤 2005. 6. 24.

 


      <쏭판 - 조이게(류얼까이) - 랑무스 - 샤허 - 난주로 이어지는 환상의 초원길에서>

 

  초원이라는 것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상상하시는지? 한번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초원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지만 한번도 못 보신 분들은 아마 나름대로 넓은 풀밭 정도로 이해하지 싶다. 틀린 상상은 아니다. 넓고 너른 풀밭은 막연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어도 자세한 모습은 그려보기가 어려우리라고 본다.


 나는 초원을 하나님께서 가꾸시는 거대한 잔디밭 정도로 이해한다.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때였으리라. 히식스(He 6 정도로 쓰지 않았나 싶은데....)라는 그룹이 있었는데 그들은 초원이라는 것을 주제로 하여 자주 곡을 발표했다.


 6월 하순의 나른한 토요일 오후, 기차 통학을 하던 나는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역 플랫폼에 역무원 모르게 미리 나가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와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다.

 

아련하고 뭔가 그리운 그 야릇한 느낌, 그 느낌이 마음 한구석에 새겨져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초원이 주는 이미지가 그저 미친 듯이 좋아서 언젠가는 꼭 한번 초원에 가보고 싶어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2000년 여름에 드디어 내몽고 자치구에 가서 광활한 대초원을 보게 된 것이다.


 


                            <내몽고 자치구의 대초원> 

 

 초원이 어떤 것인지 도저히 짐작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 함께 상상의 세계로 떠나 가보자. 모두들 자기가 다녔던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의 운동장  한가운데 당신이 서 있다고 치자. 당신이 서있는 곳은 작은 야생화들로 가득 차 있다. 풀들은 작은 잔디들처럼 생겼는데 빽빽하게 자라나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사이사이 키가 조금 큰 것들도 섞여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높이가 같아서 초록의 양탄자 같다. 그 초록의 양탄자 위에는 빨강, 파랑, 노랑, 보라, 흰색 등 온갖 색깔로 치장된 화려한 무늬가 무한정 이어져 나간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 주위를 둘러싼 담을 제거해보자.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집들과 아파트 건물을 없애 나간다. 사방으로 나가면서 모두 없애서 당신이 살고있는 행정구역을 완전하게 평탄한 풀밭으로 만들었다고 친다. 곳곳에 자리잡은 산들을 없앤다. 부근의 올망졸망한 산들을 없애고 먼산을 들어낸다. 시나 군내의 모든 산들을 들어낸다. 


 이번에는 인근 도시와 읍내를 채운 모든 건물과 산을 다 들어내고 큰 규모의 도시도 들어내어 보자. 여전히 사방은 키 작은 풀밭이다. 물론 그 풀밭은 꽃으로 덮여있고......작은 언덕들이 지평선 저 너머로 아주 부드럽고도 작은 굽이를 이루면서 끝없이 퍼져있다. 하늘은 그 언덕들 위로 걸쳐져 있다.


 


            <내몽고 자치구의 대초원에서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언덕에 올랐다가......>


하늘은 너무도 맑아서 지평선 끄트머리 작은 언덕 위에 올라선 말 탄 사람조차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이다. 당신의 시력은 지금 4.0이 된 것 같다. 이번엔 하늘을 본다. 한없이 푸르디푸른 하늘은 사방이 타악 터져 있으므로 당신의 머리 위에서 둥글게 보인다.

 

그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사방은 연두와 초록으로 뒤덮인 풀밭이다. 그게 초원이다. 그게 바로 초원인 것이다. 이해되시는가? 그런 초원을 찾아 우린 길을 떠났다. 아침 일찍 동틀 무렵, 어둑어둑한 새벽을 헤치고 고물 버스에 몸을 맡겼다. 버스는 굽이굽이 산을 돌아 계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점점 높이를 높여 갔다.

 

(글 가운데 자꾸 당신, 당신.... 해서 미안합니다. 기분나쁘셨다면 풀고 가시기 바랍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