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말타고 비경 찾아가기 - 7

by 깜쌤 2005. 6. 22.


저녁 식사할 무렵부터 날씨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더니 앞산 봉우리에 구름이 걸리면서 서서히 아래로 깔리기 시작한다. 이런 날은 별 보는 것이 틀렸다. 별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밤에 비가 안 와야 하는데 이 친구들은 도통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미스터 이, 비 안 와?”
“안 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하는데는 할 말이 없다. 모닥불을 피워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완전 무장한 채로..... 비가 오지 않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그 날 밤도 나는 반죽음이 되었다. 밤새도록 추위에 떨었으니 어찌 고장이 나지 않겠는가?
    
 덜덜 떨며 보낸 밤이었다. 이러고도 탈 안단다면 내 몸이 강철이거나 20대 체력일 것이지만 몸이 영 찌뿌듯한 것이 영 말이 아니었다. 야영지 바로 앞산엔 구름이 산 중턱까지 내려와서 도로 위에 살짝 걸쳐져 있었다. 일어나선 제일 먼저 텐트를 걷었다.



 


 가이드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주길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럴 땐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훨씬 낫다. 어제 저녁때 만들어 놓은 빵을 아침식사로 주는데 나는 어쩐지 입맛이 떨어져 비상용으로 가져간 중국제 컵 라면을 먹었다. 뜨듯한 국물이 들어가니까 조금 나은 것 같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안 아파야 할텐데....

 

 중국인 가이드들은 환경보호에 대한 관념이 없어서 그런지 아무렇게나 뒷정리를 하고 만다. 모닥불용으로 구해온 마른나무들도 그냥 팽개쳐 둔다. 다음에 올 경우를 대비하여 한구석에 감추어 두거나 챙겨두면 좋을 텐데....

 

나부터 나서서 썩을 만한 여러 가지 쓰레기들은 모아서 숲 속에 던져두고 나무들은 모아서 한쪽 구석에 치워두었다. 그랬더니 그들도 웃으며 치우는 흉내를 낸다. 여기 나무들은 아주 쉽게 불이 붙는 것 같았다.



 


                                                

 도끼 겸 낫 비슷한 것으로 쓰는 칼로 찍어서 그냥 불에 던져도 쉽게 불이 붙었다. 모닥불 피운 자리도 다시 한번 확인한 뒤에 말에 올랐다. 아침 7시 45분이다. 올 때 자그마치 5시간 반이나 말을 탔으므로 엉덩이가 까졌기에 이번에는 안장 위에 두꺼운 수건을 놓고 옷을 몇 점 깔고 탔다.


 내가 탄 갈색 말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고 얼굴을 만져주니까 녀석이 특히 좋아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간에 그 존재를 인정해주고 사랑해 주면 확실한 반응이 오는 법이다. 설보정 고개를 넘는 것은 쉽다.

 




한번 타 본 말이므로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말 타는 것이 예상외로 편안하고 재미가 있다. 올라올 때 엄청 가파르게 느껴졌던 고개 길을 내려갈 땐 모두 말에서 내려 끌고 가기로 했다.
 설보정 고개를 넘는 것은 쉽다.

 

고개에서 보는 경치 하나는 너무 황홀해서 가슴이 다 트인다. 이제 언제 여기 또 오려나 싶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선하게 떠오르는 풍경이고 사람들인데 서로 너무나 먼 곳에 살고 있으므로 다시 만날 기약이 없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 여행이긴 하지만 이럴 땐 가슴이 찡해져 온다. 돌아가는 길은 야영지로 올 때와 같지만 그래도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티베트 마을에서 잠깐 쉬며 간식을 먹었다.

 

그 틈을 이용해서 마을로 잠시 들어가 보았다. 동네는 사위가 고요한데 지붕 수리를 하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준다. 사람들은 모두 들 일을 나갔는지 한가한 분위기다. 휴대전화나 팩스, 컴퓨터를 모르고 살아도 얼마든지 가능한 삶인데 우리 생활은 왜 이렇게 번잡하고 어려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