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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아하! 이래서 계림이구나! - 2

by 깜쌤 2005. 6. 20.


 

계림역은 공사 중이었다. 중국은 나라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 같다. 경제 성장에 탄력이 붙어 그런지 나라 전체를 파헤치고 낡은 것은 부수고 새로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닦고 철로를 놓고 관광지를 개발하는 것 같다.


 차표를 구하기 전에 다시 한번 더 일정에 대한 계산을 해 보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장가계를 보고 오는 것이 순리이지만 차표 구하기가 어렵다. 계림역 대합실에서 종이를 꺼내 6장으로 만든 뒤 각 장마다 '곤명', '장가계'라고 써서 접은 뒤 한사람이 한 장씩 뽑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많이 나오는 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차표를 구해보되 차표가 없으면 다음 목적지로 가기로 했다. 그게 불만을 없애는 방법일 것 같아서였다.


 그랬더니 장가계가 2장이나 나와서 장가계행 차표를 구해보기로 했는데 기차표 매표구의 역무원이 검색해보더니 장가계 표는 구할 수가 없다고 알려준다. 자그마치 5일 뒤 날짜까지 표가 없다니 어쩔 수 없이 곤명행 표를 구할 수밖에 없다.

 

 곤명행 표조차도 경와, 경좌는 없어서 기차표 가운데서 제일 비싼 연와표를 사기로 했다. 곤명까지의 기차 요금이 자그마치 거금 360원이다. 우리 돈으로도 54,000원이나 되니 비싸긴 비싸다.

 


                                                                < 시장에서 >


 하지만 일단 기차표를 구했으니 이젠 마음이 편안해지는데다가 일정 잡기가 쉬워졌다. 그렇다면 오늘은 예정대로 계림시내를 두러본 뒤 내일에는 용승에 가서 계단식 논을 보면 된다. 그런 뒤 양삭 가서 쉬고 다시 계림으로 와서 곤명으로 이동하면 되니까 이젠 느긋하게 구경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상비산(象鼻山)에 가보기로 했다. 지도만 손에 들면 못 찾아갈 곳이 없다. 걸어서 슬금슬금 중산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초대소에 들어가 방 값을 확인해 보았다. 우리가 방 하나에 100원에 머물고 있는 것은 지극히 싼 가격이다.

 


                                             <상비산 가는 길의 계림 시가지 >

 

 

 상비산은 이름 그대로  코끼리 코를 닮은 바위가 이강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계림시가지 전체가 국제적인 관광명소이므로 도시 가로수나 도로 하나는 깔끔하게 잘 정비가 되어있다. 어슬렁거리며 상비산 공원을 찾아간 우리는 상비산 꼭대기에 있는 보현탑을 찾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상비산도 작은 암봉(巖峰)이지만 경사도가 급하므로 꼭대기까지 오르면 땀에 젖고 만다.


 하지만 꼭대기에 올라보면 계림 시가지의 대강은 훑어볼 수가 있다. 이강이 상비산 발 밑을 흐르고 인근에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어서 꼭대기에서 보는 경관은 천금의 가치가 있다. 꼭대기엔 명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보현보살탑이 자리잡고 있다. 관리상태가 부실해서 퇴락한 느낌이 있지만 탑 부근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무시하지 못할 아름다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