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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말타고 비경 찾아가기 - 6

by 깜쌤 2005. 6. 21.


 강원도나 섬 지방에서 흔히 만나는 다락 논이 하얀색으로 혹은 누런색으로 물들었다고 여기고 거기에 물을 채운 광경을 상상하면 쉽다고 위에서 이야기한바 있다. 그런데 그 논바닥에 나뭇잎들이나 가지가 빠져서 그대로 화석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어떤 곳은 석회암이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침전되어 거대한 용의 비늘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그래서 황룡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런 비늘 같은 곳이 연결된 곳이 있는가 하면 폭포가 나타나기도 한다.


 올라가면서 한번씩은 뒤를 돌아다보는 것도 괜찮다. 내려가면서 당연히 볼 수 있는 경치이긴 해도 쉬엄쉬엄 쉬면서 돌아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그 골짜기 안에 도교 사원이 있고 불교 사원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짜 비경은 마지막 절 뒤에 있는 오채지이다. 구채구에도 오채지가 있지만 여기 황룡의 오채지도 구채구 못지 않은 비경을 보여준다. 단 황룡의 오채지는 훨씬 색깔이 연하다.    


    

  
                                            <황룡에서도 오채지가 최고다>


 황룡에서는 점심 먹을 곳이 한군데 밖에 없다. 먹는다는 것에 생명을 거는 중국인들이야 도시락을 준비해오기도 하지만 야영을 한 우리들은 도시락을 준비할 처지가 못되었다. 황룡에 입장해서 먹을 것을 해결하기로 했지만 식당 같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천만 다행으로 군데군데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간단한 과자 종류나 음료수는 사먹게 되어있다. 환경보호의 개념이 머릿속에 박혀있지 않은 중국인들인지라 그 깨끗한 곳에도 쓰레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황룡 계곡을 오르다가 보면 두 개의 절을 만날 수 있다. 첫 번째 나타나는 도교 사원 부근에는 간이 음식점이 있어서 간단히 음식을 해결할 수 있지만 비싸다. 3원 짜리 컵 라면도 거기서는 10원 정도를 받는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중국인들이 컵 라면의 물을 끝까지 마시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 물은 버려야 하는데 어디로 가는지 자못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오채지에서 P형님-이분 같으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모시고 간다>

 

 난 라면을 사먹었다. 중국 라면은 통이 크고 양이 많다, 한끼 식사로는 그저 그만이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나는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방울도 모두 마셨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채구나 황룡의 그 절경이 앞으로 10년 정도나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일이다.


 참으로 웃기는 일은 그렇게 벌금을 매긴다고 강조하는 중국 당국에서 일회용 수저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공식적인 판매대에서, 세계 자연유산으로 정해진 곳에서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허튼 소리는 그만하고...... 여러분들은 힘들어도 반드시 꼭대기 마지막 절까지 꼭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가능하면 전망대까지 꼭 올라가서 황룡계곡 전체를 조망해보기 바란다. 아름답다.

 

계곡 뒤에 자리잡은 정상부로 올라가는 길도 있는 것 같지만 못 올라가도록 폐쇄시켜 두었다. 아쉬웠다. 내려올 때는 다른 길로 내려온다. 일부 구간에서는 같은 길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계곡의 왼쪽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황룡 입구의 가게>

 

 그냥 걸어도 힘든 길을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메는 가마를 타고 오르기도 한다. 가마군의 얼굴엔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내가 봐도 너무 안쓰럽다. 인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은 잔인한 행동이라고 여겨 난 웬만해서는 그런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않지만 그들도 먹고살아야 하므로 이용해 주는 것이 도움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황룡 계곡에도 인간의 발길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므로 잔도 밖으로 안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다.


 내려오면서 느낀 것인데 인간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은 생태계 자체가 건강하다는 사실이다. 입구 밖으로 나와서는 가게들을 기웃거렸지만 크게 살만한 물건을 없는 것 같았다. 난 엽서 종류에 관심이 많으므로 한두 세트를 사는 정도로 그치고 만다.

 

야영지로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서 올라왔다. 지나가는 차들이 일부러 경적을 울리기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걷는다.

 




              <고물자동차에서 나오는 엄청난 매연이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