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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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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말타고 비경 찾아가기 - 4

by 깜쌤 2005. 6. 19.


텐트 및 바닥은 20cm 가량 들려져 있어서 찬바람이 그냥 숭숭 들어온다. 바닥에 자기들이 가져온 매트리스를 깔고 우리가 말 등에 매달아 가져온 침낭을 폈다. 그런 뒤 있는 대로 옷을 껴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자는 것이다.


 더울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당신들도 한번 경험해 보면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내몽고의 대초원에 있는 파오(몽골인 들의 천막집)에서 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지대의 초원은 상상이상으로 춥다.

 

 그런데 여긴 고지대의 초원보다 더 높은 산밑이다. 파오는 문을 닫으면 실내가 조금 훈훈해지지만 이건 텐트 아래가 덜렁 들려 있으니 한데서 자는 거나 마찬가지다. 단 이슬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뿐이다.


 


 말들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오른쪽 앞발 뒷발을 한 개의 밧줄로 묶은 뒤 풀어둔다. 그러면 말은 달릴 수가 없으므로 부근을 돌아다니는데 목에다가 워낭을 달아 방울 소리가 나게 했다. 밤새도록 돌아다니는 말들은 한번씩 우리가 자는 텐트 주위에 와서 어슬렁거린다. 말방울 소리가 영롱한 음악처럼 들려야 하지만 워낙 추워서 그런지 나에겐 소음 정도로 여겨졌다.


 몇 번이나 잠을 깼다. 너무 추워서였다. 나중에는 털 코트를 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서 잤다. 그때서야 조금 잠을 잘 수 있었다. 아, 지겹고도 괴롭고 무서운 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마치 한국의 초겨울 날씨처럼 싸늘했다. 풀숲에 이슬방울들이 알일이 송글송글 맺혔는데 햇살이 비치자 수정 구슬처럼 반짝거렸다.      

 

햇살이 펴져 오자 순식간에 따끈해진다. 살았다. 하지만 하룻밤이 더 남았다. 오늘밤은 또 어떻게 버텨야할지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몸엔 당연히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덜덜 떨리면서 단번에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으로는 기름에 튀긴 빵을 먹었다. 가이드들은 언제 일어났는지 재빨리 준비를 다 해 두었다. 중국인들은 차 하나 만큼은 기를 쓰고 마시는 편이어서 따뜻한 차부터 미리 끓여둔다. 뜨거운 차가 배속에 들어가니 조금 살 것 같았다. 몸이 아픈 것은 확실하지만 나를 믿고 따라온 일행이 세 사람이나 있는 만큼 함부로 아픈 표정을 지을 수도 없었다.


 이러 땐 그저 버텨야 한다. 내가 아프면 일정이 다 어그러질 뿐만 아니라 여행이 엉망이 되므로 아프면 안 된다. 배낭여행에서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될 것이 세 가지 있다. 여권과 돈과 건강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한가지라도 잃어버리면 말짱 헛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야영 하루만에 건강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야영지에서 황룡입구까지는 약 2km의 거리이다. 황룡, 황룡하니까 궁금해 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미리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해야겠다. 황룡은 구채구 옆에 자리잡은 또 다른 비경이다. 우리 한국엔 그런 종류의 경치가 없어서 말로 설명을 해도 잘 알아들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래 사진을 보기 바란다.


 이런 암산이 사방을 메운 거대한 골짜기 안에 강원도 산간에서 볼 수 있는 층층이 겹쳐진 계단식 시골 논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그 논이 모두 하얗거나 누런 석회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기에 물이 고이거나 흘러 기막힌 파란색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면 된다.  그러므로 황룡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이다. 오늘은 거기를 가는 것이다.  

 



Schubert
세레나데
Mischa Maisky,Cello/Daria Hovora,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