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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아하! 이래서 계림이구나! - 1

by 깜쌤 2005. 6. 18.


              <상비산에서 본 계림 시가지 모습-시내 한가운데로 흐르는 강이 이강이다>


 오늘은 계림시내를 보기로 했다. 계림시는 인구가 70만을 넘는 도시이다. 70만이라면 철강도시인 포항의 두 배 정도가 되는 크기이니 그리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이 정도의 도시라면 자전거 정도를 타고 둘러보는 게 맞는 것 같지만  아침은 굶은 채로 무작정 계림역 방향으로 향해 걸어 보았다.


 낯선 도시에서 지도 한 장 안 들고 무작정 걷는 것은 고생을 자초하는 일이다. 밤에 보는 경치와 낮에 보는 경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인데 어제 밤 위치만 생각하고 걸었으니 바른 방향을 잡을 리가 만무하다.

 

 몇 번 헤매다가 지도를 구하기로 했다. 이강 물이 고인 호수 부근의 다리 부근 가게에서 구한 지도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어느 정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걸어다녀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기에 용감하게 계림역을 목표로 삼아 걷기 시작했다.


 계림 시내의 중심 거리는 중산로(中山路)다. 중산이라면 자유중국과 공산 중국 양쪽에서 다 국부(國父)로 추앙 받는 손문 선생의 호가 아니던가? 중산로를 위치에 따라 중산북로, 중산중로, 중산남로 하는 식으로 구별을 해 두었다.

 

 중산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오른쪽을 보니 거창하게 파 놓은 공사현장이 나타나고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삐끼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양수오"라고 말하며 접근하는데 못들은 척 무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기만 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계림 역이 나타나질 않고 왼쪽으로 커다란 공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꺼내놓고 확인을 해보니 남계공원까지 내려온 것이다. 계림 역을 한참 지나쳐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남계공원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

 


                                                         <남계공원 입구> 

 


 남계공원 속에는 평탄한 평지위로 우뚝우뚝 솟은 석회암 산봉우리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기기묘묘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바위덩어리들 군데군데엔 동굴이 있고 동굴 속에는 절이 자리잡고 있어서 한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다.

 

 절벽 사이로 난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자 어느 덧 작은 산봉우리의 허리에까지 이르고 만다. 그 산허리부근에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는데 많은 중국인들이 모여 산수(山水) 관람을 즐기고 있었다.


 어떤 중년의 사내는 시내를 내려다보며 나팔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솜씨가 제법 괜찮았다. 아침부터 산봉우리를 허위허위 올랐으니 땀을 비 오듯이 흘렸기에 땀을 식히기 위해 전망대에 앉아 있었는데 도시를 감고 있던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자 마침내 계림산수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남계공원내 전망대로 오르며>

 


 저 멀리 도시 외곽으로 불룩불룩 볼록볼록 솟아오른 암봉들이 이룬 능선의 아름다움은 왜 예로부터 이 계림을 두고 계림산수천하갑(桂林山水天下甲)이라 불렀는지를 알게 해 준다.

 

 솟아오른 봉우리들 사이로 이강( 江)이 요리조리 이리저리 감돌아 흐르며 저 아래로 아스라이 사라지는 모습은, 과연 산과 강이 기막히게 어우러져 참으로 놀라운 장관이고 비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감탄을 하며 둘러보는데 바람까지 서늘하게 불어와 분위기와 느낌 하나는 그저 그만이었다.


 '아하, 이러므로 사람들이 계림 계림이라고 주문 외우듯이 계림산수를 칭찬하는가보다'는 생각에 괜히 끝 모를 시기심과 질투심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 땅에 있지 않고 중국 땅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