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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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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말타고 비경 찾아가기 - 1

by 깜쌤 2005. 6. 16.


 가이드들이 몰고 온 말은 예상외로 크고 높았다. 저 녀석들을 타고 간단 말이지? 말 옆에도 한번 안 가본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타고 가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겁만 내면 뭣해? 한번 해보는 거지.

 

 이때 안 하면 언제 말을 타보는가? 그렇게 생각하자 용기가 솟아올랐다. 큰 배낭은 사무실에 맡겨두고 작은 배낭엔 야영에 꼭 필요한 필수품만 챙겨 넣었다.


 난 스포츠용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다른 신발을 신으라고 요구를 해 왔다. 다른 신발은 처음부터 안 가지고 왔으니 이제 와서 다른 대책이 있을 리가 없다. 양말을 두 겹으로 신고 비닐로 발을 감쌌다. 다른 신발을 신으라고 하는 것은 말들이 가시 숲을 통과하기도 하고 나무 사이로 막 가기 때문이라고 짐작했는데 그 판단이 정확했다.


 


                                   <말을 탄채로 이런 산밑을 지나갔었다>

 

  다른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여행기에는 엉덩이가 까져서 고생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으므로 모두 두꺼운 청바지를 입으라고 했었는데 이 판단도 맞아 떨어졌다. 손수건 같은 것은 목에 두르는 편이 낫다. 말을 탄 채로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우리 짐은 모두 자기가 타고 갈 말 등에 얹고 밧줄로 묶었다.


 말 잔등에는 여러 가지 짐을 많이 실어 두어서 안장이랄 것도 없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말안장 위에 뭘 가득 실어두고 그 위에 사람이 앉는 것이므로 자세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도 거금을 주고 계약을 한 일이니 불편해도 참고 가기로 했다. 말 등이 높아서 그런지 올라타고 나니까 시야가 갑자기 넓어진 느낌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북문에서 동문으로 난 도로를 따라 발걸음도 경쾌하게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걸어가다가 곧 민강을 가로지른 뒤 산길로 올라선다. 어제 그 부근 길을 올라 가 보았으므로 산길 가는 것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말(馬)들은 말을 못하는 존재이니 발걸음도 가볍게 쉽게 올라간다. 내가 탄 말은 약간 연한 밤색 털 빛깔을 가진 녀석이었는데 이 녀석이 보기보다는 경쟁심이 강한 것 같았다.


 


                                     <우리를 안내한 현지인 가이드 >

 

 말 한 필이 줄서서 가면 딱 알맞을 길을 서로 먼저 가려고 말들이 경쟁을 하니 사람이 불안해진다. 어쨌거나 말 탄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호쾌해 진다. 언덕길을 올라 쏭판 옆 산 정상부근에 오르니 저 멀리 겹겹이 쌓인 산들이 어제처럼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어제 보아둔 골짜기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녀석들이 배가 고픈지 걸핏하면 풀을 뜯어먹겠다고 설치는 바람에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말고삐뿐인데 말들이 절벽 길에서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어버리면 내 눈앞이 그냥 훤해져서 몸이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등에서 식은땀이 좌악 흐르기도 한다. 허, 참.... 말 한번 타려다가 이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그러나 느끼는 기분과 보는 풍광 하나만큼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우선 오염이 거의 없는 동네이므로 하늘이 높다. 선글래스를 끼고 보는 하늘은 그 색깔이 말할 수 없이 푸르게만 보인다.

 

 사방에 깔린 것이 야생화인 데다가 조금 경사가 낮은 곳에서는 밀을 심어서 바람이 나지막하게 불면 밀밭엔 작은 물결이 일어 보드라운 양탄자처럼 보인다. 여긴 추수철이 좀 늦은 모양이다. 산에서 조금 내려오자 티베트 장족들의 동네가 나타나는데 사람들이 순박하고 착해서 외부인들에게 반감을 표하지 않는다. 골목에는 돼지들이 그냥 돌아다닌다.


 


                                                    <티벳 장족 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


 티베트 사람들 동네엔 꼭 절이 함께 있다. 불심이 워낙 깊은 그들인지라 불경이 새겨진 경통을 돌리며 마을길을 드나드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착해 보일 수가 없었다. 동네를 지나니까 콩밭이 나왔다.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들이나 무법자들이 쓰는 그런 모자를 쓴 가이드들이 앞서 달리더니 말 등에서 몸을 뻗어 길가 콩밭에서 콩을 훑는다.


 콩깍지를 몇 개 따 주기에 처음에는 사양을 했다. 그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껍질을 벗기고 날콩을 씹는다. 날콩에서 나는 비린내만 상상하던 나는 실제로 한번 씹어보고 나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상외로 달착지근한 것이 맛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