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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말타고 비경 찾아가기 - 2

by 깜쌤 2005. 6. 17.


콩밭을 지나자 개울이 펼쳐진다 말들이 우리를 태우고 일제히 개울로 들어서더니 물을 마신다. 녀석들이 개울에서 조금 속력을 내어 달리는 바람에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물이 그렇게 차가울 줄은 미쳐 생각을 못했다.
     
 8시 45분에 말을 타기 시작했는데 벌써 12시가 가까워진다. 벌써 3시간째 말을 타고 있으니까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산을 넘고 동네를 지나고 들길을 가다가 개울을 건너고 산길을 가고..... 슬슬 지겨워질 때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며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왼쪽 산 위로 아스라이 걸린 도로 위를 가는 자동차에서 엔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른쪽은 깊은 개울과 절벽으로 이어진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가이드에게 그만 쉬어가자고 했다. 오른쪽 높은 산에는 말들과 야크 떼를 방목해 두어서 곳곳에 점점이 흩어진 말들이 보이고 목동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잔디밭이 알맞게 펼쳐진 곳을 골라 말에서 내렸다.

 

 3시간만에 말에서 내리니 엉덩이와 허리가 뻐근하다. 이제 커다란 고개를 올라야 하는데 경사가 급했다. 저 위 언덕이 설보정 고개를 넘어가는 언덕이지 싶었다.


 잠시 몸을 풀고 사진을 찍은 뒤 다시 말에 올랐다. 이제는 말들도 콧김을 뿜는다. 너무 힘들었으리라. 나중에 이 길을 내려 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려올 때는 말에서 굴러 떨어질 가능성이 엄청 높으리라...



 


 고개를 오르니 왼쪽에 "오보"가 있고 수많은 티베트 남자들이 말을 묶어두거나 말고삐를 잡은 채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 앞으로 아득하게 설보정 정상이 보인다. 모택동이 홍군을 데리고 넘어 간 곳이 정확하게 어디쯤인지는 모르지만 이 부근을 통과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싶다. 우리도 잠시 쉬기로 했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수많은 관광객을 실은 관광버스와 승합차들이 연신 줄을 이어 내려가고 있다. 여기도 작년에 와 본 곳이므로 이제 "황룡"이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야영해야 할 장소는 어디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이 부근에서는 마을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말을 탄 상태로는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가는 것이 편하다. 내려갈 때는 몸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말에서 떨어져 쳐 박힐 가능성이 높다. 말들은 작은 관목 숲 사이를 내려간다. 가시가 있는 나무도 있으므로 몸을 잘 사려야 했다.

 

 잠시 방심하면 얼굴이나 몸에 승마 기념으로 긁힌 자국을 영광의 상처로 남기게 된다. 왼쪽으로는 암벽 산이 등장하고 오른 쪽 저 멀리로는 설보정 연봉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정상부근으로 눈들이 가득했는데 올해는 멀리서 눈 흔적이 뚜렷하게 잘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내려와서 빈 공터에서 말을 멈춘다. 왼쪽 위로는 도로가 있다. 아하, 여기가 바로 호스 트레킹 야영장이로구나. 말을 탄 채로는 황룡 시내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한 2km 쯤 떨어진 곳에서 야영을 해야한다.


 


                                                          < 야영장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