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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계속, 줄기차게 엄청나게 먹는다

by 깜쌤 2005. 6. 13.


                                      <독일인 관광객 통역 전문인 강혜현씨 가족>

 

한참 자다가 일어나 보아도 기차는 계속 낯선 풍광 속을 헤치며 줄기차게 달리기만 했다. 우리 아래 칸 침대에서는 벌써 일어나 부시럭거리며 준비해 온 아침을 챙긴다. 중국인들은 기차를 탈 때마다 먹을 것을 푸짐하게 준비해 오는 것 같았다. 컵 라면을 한보다리 준비해 오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사람들은 주전부리용 족발에다가 해바라기 씨에다가 라면에다가 온갖 먹거리를 산더미처럼 챙겨 싸들고 들어오기도 했다. 그리고는 쉴 새없이 먹는 것이다. 앉아서 먹고 서서 먹고 아침에 먹고 점심에 먹고 저녁에도 먹고, 잡숫고 드시고 또 먹고...... 사이사이 시간 날 때마다 먹고, 먹고 또 먹고 씨앗과 뼈다귀는 발 밑에 던져두고 또 먹고......


 하포 침대 밑에, 발 밑에 음식찌꺼기가 수북하게 쌓여 산더미를 이루어도 줄기차게 먹어대는데 그래도 살이 안찌는 것을 보면 신기함 괴이함 불가사의 그 자체이다. 학자들 말에 의하면 그렇게 기름진 음식을 먹고도 살이 안찌는 이유는 항상 차를 마시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우리 아래층에 자리잡은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러다가 아래층 통통한 사나이와 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H선생이 먼저 시작한 대화였는데 나중에 내가 끼어 들게 된 것이다. 통성명을 하고 보니 그는 강혜현(姜慧賢)씨였다.

 

 이름 자체에서 벌써 총명이 넘치는 사람인데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중국 남부 광동성 광주(廣州)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뒤 잠시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다가 현재는 계림의 관광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독일인 위주의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하 그렇습니까? 우린 모두 한국인이고 교사입니다."


 우리도 우리 소개를 하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는데 그의 영어가 상당히 능통해서 막힘이 이 없었다. 영어로 의사 소통이 어려우면 그 다음에는 한자를 써가며 필담(筆談)을 하게 되니 대화하는 재미가 넘쳐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선생님들은 모두 영어를 잘 하는 모양입니다. 한자는 어떻게 배우셨습니까?"


같이 동행한 H 선생님의 영어 실력도 보통이 넘는데다가 한자까지 능통하니 상대가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민간외교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셈인데 우리의 알짜 엘리트로 구성된 높고 높으신 외교통상부 나으리 님들은 이럴 때 뭘 하는지 모르겠다. 허허허!!! 


 "저는 계림에 사는데 계림을 목표로 가신다니 시간이 허락해준다면 한번 초대하고 싶습니다. 좋은 대접은 못 할겁니다만 중국인 집에 한번 들러본다는데 의의를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되어 결국 미스터 지앙(강 姜)의 집에 정식으로 초대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이

야기를 나누다가 카메라를 들고 창 밖 경치를 찍게 되었다. 슬슬 계림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오후 7시경에는 계림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어느덧 오후가 된 것이다.

 

어제 밤 우리가 자는 사이에 기차는 귀양을 지났다. 유주(柳州)는 월남 국경과 그리 멀지 않은 도시인데 유주를 지나고 나서는 계림 특유의 석회암 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