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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쏭판에서는 말을 타라 3

by 깜쌤 2005. 6. 14.

 산봉우리 부근엔 "오보"가 있다. 오보는 우리 나라의 성황당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마을 어귀 고개 마루에 있는 나무를 신성시하여 울긋불긋한 천으로 장식을 하고 돌멩이를 하나씩 던지면서 여행의 안녕과 평안을 빌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 구실을 하는 것이 몽골 족이나 티베트 장족에게도 있다. 그게 바로 '오보'다. 산 정상은 그냥 밋밋해서 언덕 모습이지만 그 중에서도 조금 높은 곳에는 깃발을 꽂아두고 돌멩이를 모아 두기도 했다. 사실 이런 산 정상에서 돌멩이를 찾는 것은 조금 힘이 든다. 모두 풀밭이므로.....


 


 그 풀밭도 모두 잔디밭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그냥 단순한 잔디밭이 아니라 키 작은 야생화 천국이라고 보면 된다. 그 위를 검은 색 야크가 한가로이 무리를 지어 누어있기도 하고 풀을 듣기도 한다.

 

 검은 색 야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아무래도 하얀 양떼들이다. 산 밑 골짜기에서 보면 그런 모습을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지만 이렇게 올라보면 별천지 같은 세상이 깔려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대들이여! 송판을 가시거든 옆 산을 올라가 보시기 바란다. 대관령에서만 볼 수 있는 환상의 경치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청년 둘은 너무 좋아서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저절로 고함이 터져 나오고 기쁨의 환호성이 나오기 마련이다.


 정상 부근은 거대한 천연 목초지로 이루어져 있다. 야크와 소, 염소, 양들이 무리를 지어 천천히 이동하며 풀을 뜯는다. 가축들이 옮겨 간 자리에는 배설물들이 깔리기도 하지만 문제가 될 게 없다.



 


 자연은 신비스러운 것이어서 동물들의 배설물은 다시 목초를 키우는 거름으로 분해가 되고 햇볕에 바싹 마르면 땔감이 되기도 한다. 몽골 부근 대초원에서는 그 배설물들을 가득 주워서 집에 쌓아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목동들은 티베트 장족들이다. 검은 색 양털 코트를 걸치고 특유의 건들거리는 걸음을 걷는 이들은 아무렇게나 풀밭에 누워있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한다. 심성 좋기만 한 이들은 우리들을 보고 환한 웃음을 웃어준다. 이럴 땐 영어를 몰라도 되고 중국어를 몰라도 된다. 티베트어는 더구나 몰라도 된다. 세계 공용어인 웃음만 있으면 된다.


 


 가볍게 웃어주면 그들도 웃어주게 되어있다. 그들은 야크와 황소를 잡아서는 한번 만져보라고 한다. 자기들이 잡고 있을 테니 그때 사진을 찍으라는 동작을 해 온다. 말을 타보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그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기에 사양했다.


 작은 배낭을 뒤져 자일리톨 껌을 꺼내 권해보았다. 씹는 것이라는 것을 시범으로 보여 준 뒤 그들에게 몇 개를 주었다. 서로 환하게 웃으며 맛을 보기도 한다. 이럴 때 난 행복감을 느낀다. 인간과 인간이 적의를 가지지 않고 마음을 통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이 지상에는 천국이 건설되리라. 순박한 인간과의 만남은 소중한 것이어서 헤어질 때마다 슬픔을 느낀다.


 


 풀밭을 지나고 오보를 지나 바람이 서늘한 최정상부 언덕에 앉았다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산, 산, 산 그리고 골짜기, 골짜기들....... 하나 하나의 골짜기마다 언덕마다 능선마다 동네들이 박혀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지상낙원이다.

 

 그들의 삶이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슬쩍 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워서 낙원처럼 느껴진다. 아! 첩첩이 겹쳐진 산너머 저 멀리 황룡(黃龍)가는 길이 아스라이 초원을 감으며 묻어 있었다. 내일은 저리로 말을 타고 가리라. 갑자기 가슴이 벅차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