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쏭판에서는 말을 타라 4

by 깜쌤 2005. 6. 15.


 

산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은 후들거렸다. 다리가 떨린다. 이는 결국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산에서 다 내려오자 형님이 동문 부근에 미리 나와 기다리다가 호루라기를 불며 반가움을 표한다. 그런데 언제 왔는지 미스터 릭이 만면에 웃음을 띄며 맞아준다.


 그가 자기 사무실로 우리를 데려가기 위해 인력거를 불러준다. 우리가 사양해도 그는 1원을 주고 인력거꾼에게 그의 사무실에 모셔오라고 이른다. 그의 사무실은 북문 부근에 있다. 바로 옆에 또 다른 호스 트레킹 회사가 있으므로 조건에 맞는 대로 이용하면 된다.


 미스터 릭이 가지고 있는 상품은 다양했다. 황룡까지의 2박 3일 짜리 투어가 있고 또 다른 황룡이라고 불리는 "모니구" 방문 프로그램도 있다. 심지어는 구채구를 가기도 하는 모양인데 어떤 것은 7박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우린 2박 3일 짜리 황룡 호스 트레킹을 선택하기로 했다. 가격은 1인당 1일 80원이다. 론리 플래닛에서도 그 정도의 가격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므로 바가지 가격은 아닌 것 같았다. 계약서를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80원으로 약정을 맺고 있었다.


 하루 80원이면 한국 돈으로 하루 12,000원이다. 하루 종일 말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고 텐트를 치고 자는 값에다가 가는 날 점심과 저녁, 그 다음날 아침과 저녁, 3일째 오는 날 아침까지가 포함된 가격이다.


 

 


                                                   <송판시내 번화가>

 

 단 둘째 날 점심은 황룡에서 알아서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텐트와 야영 장비 등 일체를 자기들이 알아서 해주고 가이드도 4명이나 함께 가기로 했다. 즉 우리가 4명이니 자기들도 4명이 함께 간다는 이야기다.


 4명이 가는데 드는 총액 960원 모두를 미리 선불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일단 계약금으로 400원만 주기로 했다. 이때 계약서는 반드시 챙겨두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나머지 560원은 다녀와서 주기로 했다. 절대 미리 다 현금을 주지 말기 바란다. 계약을 중요시하는 서양인들은 거의 미리 다 지불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런 방법에 절대 반대다.


 중국인을 상대로 할 때는 꼭 조건이 이행되고 난 뒤에 잔금을 지불하는 게 유리하다. 이것은 중국인들을 상대해 보고 나서 얻게 된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이다. 말을 타고 함께 갈 가이드들은 모두 현지인 들이다. 그들은 말을 북문 밖에 대기시켜두었다가 일이 끝나면 저녁때 집으로 몰고 간다.

 

 호스트레킹 계약을 끝낸 뒤 저녁 식사를 위해 성안으로 들어갔다. 송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큰 길 가에는 모두 중국 통신회사 광고판이 즐비했다. 험한 오지 도시인 쏭판에 예상외로 회교도들이 많아서 그들이 경영하는 식당에는 꼭 청진(淸眞)이라는 표시를 해 두었다. 그런 표시를 한 식당엔 돼지고기를 재료로 하는 요리는 절대 없음을 의미한다.

 

 저녁에는 소나기가 쏟아졌다. 길거리 포장 마차에서 천둥소리를 들어가며 소나기 속에 양고기 꼬치를 사먹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포장마차 주인의 웃음소리가 호탕했는데 그도 역시 회교도였었다.



 


                                               <장족들 집과 티벳불교 절 >

 

 낮에 여관에서는 9시 이후에 온수가 나온다고 했었지만 나오지 않아서 결국 사기 당한 셈이 되었다. 밤 9시가 넘어 란주에서 샤허, 랑무스, 조이게를 거쳐온 한국인 여행자 한 분이 우리 방에 찾아왔다.  35세의 전직 회사원이었던 그는 중국만 5번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행이 좋아 아직까지 독신으로 있다고 한다.


 그가 거쳐온 길은 우리가 꼭 거쳐가야 할 길이어서 따끈따끈한 정보가 절대 필요했었는데 스스로 찾아오셨으니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분은 내일 하루만 호스 트레킹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드디어 내일이면 하루 종일 말을 타고 가게 된다. 내 평생 처음으로 하루 종일 말을 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