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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쏭판에서는 말을 타라 2

by 깜쌤 2005. 6. 13.


 쏭판만해도 해발 2000미터의 고지대이므로 산을 오르는 등의 힘드는 운동을 하면 단번에 숨이 가빠온다. 형님과는 오후 6시 반에 동문 부근에서 만나기로 하고 산을 올랐다. 일단 동문을 나와 민강 다리를 건넌다. 다리라고 해봐야 경주시를 흐르는 형산강에 걸린 다리나 북천다리하고 비교하면 형편없이 작은 초라한 것이지만 수량만은 단연 여기 민강 물이 월등히 앞선다.


 도시에 아직까지 말이 많아서 그런지 골목길이 모조리 말 배설물로 깔려 있다. 냄새가 고약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가쁜 숨을 내쉬며 걸어본다. 기분이 점점 상쾌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 산은 산이라고 해도 나무숲은 잘 볼 수 없다. 대신 온 산이 꽃으로 덮여있다고 보면 된다. 길은 왜 그리도 가파른지 모른다. 이 험한 산비탈을 개간해서 예전엔 모두 농사를 지은 모양이다.


 

 


 산허리에는 모두 다락 밭이다. 한국 같으면 다락 논으로 쓰겠지만 여긴 모두 밭이다. 중국인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험한 산비탈 농사는 모두 포기한 모양이다. 밭들은 모두 묵어 터져서 묵정밭이 되었다. 그런데 그 묵정밭들이 모두 야생화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자연의 위력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한해 농사만 게을리 해도 순식간에 꽃밭으로 변해 버린다. 고산 초원지대의 밭들은 아름답다. 우리나라 같으면 잡초로 뒤덮이련만 여긴 어찌된 영문인지 야생화로 범벅이 된다.



 


 청년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빨강, 흰색, 보라, 노랑, 파랑 등 온갖 종류의 꽃들이 자기 마음껏 자태를 뽐낸다. 중턱쯤에서 우린 길을 잃었다. 나무 없는 산에선 길을 잃어도 관계가 없다. 시야기 탁 터져 있으므로 길이야 있으나 마나 하다.


 중턱에 오르니 서서히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높은 곳에 올라야 전체 지형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한번은 올라봐야 하는 법이다. 길을 잃은 우리들은 아무렇게나 밭으로 들어서지만 온 천지가 야생화로 지천을 이루고 있으므로 아름다움에 취해 어쩔 줄을 모른다.


 


 아까 우리들이 잠시 올랐던 서쪽 언덕이 보인다. 언덕위로 무한정 산을 향해 위로만 뻗은 길들이 미로처럼 얽히고 설키어 있다. 산 중턱 여기저기 동네가 보인다. 티베트 만장 모양의 깃발들이 산 곳곳에 꽂혀있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그런 동네가 거대한 잔디밭 비탈 산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모습은 가관이다.


 좀 더 올라가자 비로소 골짜기 전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성도 가는 길이 아스라이 뻗어있다. 어린 시절 먼지 뽀얗게 날리면서 산모퉁이를 돌아가던 버스 뒤를 부러운 듯이 따라다니던 눈망울들이 떠오른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무엇이 있을까 싶어 눈은 항상 궁금증으로만 덮여 있던 그런 어린 날의 추억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다.


 


 산골짜기 사이를 굽이굽이 돌아간 가느다란 도로가 마침내 산모롱이에서 사라지는데 그 뒤론 수천 미터 급의 영봉 들이 하늘을 이고 줄지어 있다. 저 어디 너머 우리 고향도 있으련만 여기서 가기엔 너무 멀기만 하다.


 


 아! 여긴 첩첩산중이다. 산중도 이런 곳이 없으리라. 사방을 봐도 산인데 그 산들이 모조리 잔디밭처럼 푸르기만 하니 그 풍광은 여러분들도 가히 상상이 되지 싶다. 더 놀라운 일들은 그 산들 저 너머로 수직 암벽을 지닌 바위산들이 줄지어 우뚝 우뚝 솟아 있다는 것이다.

 

그 바위산 중턱부턴 구름이 깔려 신비스런 분위기를 더하여 주는데 영락없는 유럽의 알프스가 된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록키 산맥이 이런 모습 아니던가......



스웨덴 출신의 피아니스트 Janne Lucas 의 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