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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쏭판에서는 말을 타라 1

by 깜쌤 2005. 6. 11.

 
                                              

                                                            <쏭판 시내 들어가기> 

 

♠ 쏭판에서는 말(馬)을 타 보라

 

 쏭판 북문 부근에 도착하니 9시 50분 경이 되었다. 송판에는 아직까지 예전에 만들었던 성벽과 성문이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도시의 북쪽은 골짜기가 트여 천주사로 이어지고, 남쪽은 성도를 향해 열려있다. 동쪽과 서쪽은 산으로 막혀 있는데 북에서 남으로 민강이 S자 모양으로 굽이치며 도시를 감아 흐른다.


 강의 물살은 빠르다. 여기를 흐르는 민강도 래프팅 하기에는 딱 알맞은 곳이다. 성 북문 부근에서 차가 잠시 멈추면 호스트래킹(horse trekking) 회사의 매니저들이 올라온다. 버스가 북문에서 터미널이 있는 동문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에 호스트래킹 회사의 매니저는 손님을 찍어서 교섭을 해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등산이란 원래의 의미가 좀 거창한 편이다. 좀 고급 장비를 갖추고 험한 암산이나 높은 봉우리들을 오르는 것이 등산이고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올라 바람을 쐬는 정도는 트래킹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주말에 경주 남산 정도를 다녀오는 것은 사실 트래킹에 해당된다.

 


 서양아이들은 트래킹 하는 것을 엄청 즐긴다. 우린 여행가서 트래킹 하는 것보다 술 한잔 걸치는 것을 자랑으로 알지만 백인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사람이 걷질 않고 말을 타고 가면 호스트래킹 된다. 버스에 앉아있는 나에게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친구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런 오지에서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오니 저절로 귀가 번쩍 뜨일 수밖에.....

 

"한국인 맞지요? 어디서 오셨나요?"
"한국인 맞습니다. 구채구에서...."
"쏭판에 얼마쯤 머물 예정인지요?"
"하루나 이틀..."
"묵을 곳은 찾았습니까? 아주 싼 곳이 있습니다만...."

 

그러면서 눈이 반짝이는 보통 체격의 이 친절한 사나이는 여관 사진을 꺼내 추천을 해 준다. 난 처음에 여관 바람잡이거나 삐끼인 줄로만 알고 경계를 했었다. 보통 우리들이 '삐끼'로 표현하지만 사실은 호객꾼 정도가 맞으리라.


 


                                         <쏭판 시내 거리에서 만난 girl들>

 

 그런데 말하는 것이 어찌 좀 초점이 다르다. 일단 그를 따라 동문 부근 농업빈관으로 따라 갔다. 건물은 2층 건물로 거창하게 큰데 시설은 별로다. 1박에 20원(한화 3000원)에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으므로 묵기로 했다.


 우리 같은 거지 여행객이 무슨 거창한 시설을 바라랴. 하루 밤 몸만 눕히면 되는 건데.... 따듯한 물은 밤 9시 이후에나 나온다고 한다. 그 정도만 해도 좋다. 이 사나이가 주는 명함을 보았더니 그가 바로 '론리 플래닛'에까지 이름이 올라와 있는 미스터 '릭'이다.


 "Happy Trails Horse Trek Company"를 경영하는 진건강(陳建강)은 백인들에게 Mr. Rick Chen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나이에 관한 정보는 배낭여행 안내서인 론리 플래닛에서 읽은 바 있으므로 호기심이 발동하여 시간 나는 대로 그의 사무실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이 산중 오지 도시에도 인터넷 카페가 있다. 시간당 5원을 받는다. 참 좋은 세상이다. 중국 서부 첩첩산중 깊은 산골짝에 들어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니 좋긴 좋은 세상이 아닌가 말이다.


 쏭판 서쪽 산밑에 자리잡은 절과 언덕에 올랐다가 반대편에 보이는 동쪽 산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형님은 피곤하다면서 안 올라가실 뜻을 비춘다. 청년들을 설득하여 동쪽 산을 오르기로 했다. 작년에는 혼자서 중턱까지 밖에 못 올랐으니 올해는 기어이 꼭대기까지 다 올라가 봐야 하리라는 결심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