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공원에서 돌아온 우리들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은 화궈로 먹기로 하고 북경루를 따라 가다가 비교적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을 골라 들어갔다. 실내장식과 분위기가 그럴 듯해서 처녀총각들의 데이트 장소로 알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2층 창가 좌석에 앉아 가만히 살펴보니 처녀 총각들이 손님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화궈에 대해서는 11차
배낭여행기에 비교적 자세히 올려두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을 할까한다. 종업원들이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니까 한결 대화하기가 편했다.
종업원들은 아직 어린 티가 나는 10대 후반의 아가씨들이 많았다. 실제 나이를 물어보고 확인한 것이 아니라 보기에
그랬다는 말이 된다. 아가씨들은 우리가 한국인임을 쉽게 알아본다. 중국 여행을 하며 느낀 사실인데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은 매우 안 좋은
것 같았다.
실제 대화를 해봐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싫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종업원들이 우리 이름을 귀빈 명단에 올려둘 터이니 성함을
가르쳐 달라는 식으로 요구를 해와서 이 사람들의 상술이 나날이 일취월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날 저녁을 푸근하게 먹은 우리들은 그냥
골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참 길고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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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 행 열차의 출발시각은 오후 3시 15분이다. 이런 시간이면 어디를 갔다오기에 어중간하므로 오전엔 비행기표
재예약(리컨펌)을 해두고 인터넷 방을 찾아서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우린 동방항공 표를 가지고 있는데 19일 귀국예정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여행일정을 잘 잡아보려고 해도 19일 귀국일이므로
장가계를 들르기엔 무리가 따른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22일을 귀국 날짜로 잡았지만 22일 좌석은 만석이어서 빈자리가 없다고 했었다. 그러니 할 수없이
19일로 잡았지만 현지에 와서 일정계산을 해보니 3일만 더 있으면 한군데를 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로 가에 있는 아무 여행사나 찾아 들어가 동방항공 주소를 물었더니 종이에다가 한자로 써준다. 그 주소를 들고
택시를 타고서 직접 항공사를 찾아갔다. 영어가 통한다는 것은 확실히 편한 일이다. 창구에서 교육대학교를 다닌다는 한국인 여학생 3명을
만났다.
그녀들은 루구호를 다녀왔다는데 거기가 너무 좋아서 한 명은 봉사활동을 더하기 위해 거기로 다시 돌아 갈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국일정을 미뤄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항공사에 왔다고 한다.
루구호는 여강의 동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호수인데그 부근에는 아직도 여권(女權)이 강력하게 행사되는 모계사회가 존재하는 곳이다. 나도 거기엔 꼭 가고 싶었는데 현재 계획으로는 도저히 일정이 안나오는 것이다.
"아가씨, 귀국일자를 조정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언제시죠?"
"8월 19일을 귀국을 22일로
하고 싶습니다."
<계림가는 길 - 이런 풍광을
하나라도 더 보고싶어서 귀국 일정 조절을 원했는데...>
컴퓨터를 검색해보던 아가씨는 22일엔 좌석이 두 자리만 여유가 있다고 했다. 우린 일행이 3명이니 그렇다면 그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창구직원 아가씨가 얼마나 친절하고 성실한지 좋은 인상을 안고 돌아서다가 온 김에 재 예약을 하고 가야겠기에 말을 걸었다.
"그럼 지금 리컨펌(reconfirm 좌석 재예약)을 하고 싶습니다."
"그건 8월 17일경에 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배낭여행자의 경우 리컨펌은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가지고 있을 경우 보통 귀국 72시간 전까지 항공사에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직접 방문을 해서 비행기를 타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혀두는 것이 리컨펌이다.
선진국 항공사는 요즘 안 해도 되는 절차이지만 중국 항공사는 꼭 요구를 해왔다. 어떤 회사는 도착즉시 재예약을 해도
가능하던데 여긴 그렇지 않은가 보다. 리컨펌이라니까 부담을 갖는 분들도 많겠지만 항공권에 나타나있는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이렇게 말하면 된다.
"리컨펌 카운터, 플피즈."
그런 뒤 담당자가 나오면 출발일, 항공편명, 자기 이름의 철자를 천천히 불러주면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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