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명시 서남쪽에는 전지( 池)라는 호수가 있다. 한때는 곤명호(昆明湖)라고도
하고 전남택이라고도 불렀던 모양이다. 운남성에서는 제일 면적이 큰 고원호수인데 중국 전체에서도 여섯 번째로 손꼽아주는 거대한 민물호수이다.
전지 주위에는 아름다운 명승지들이 많이 있다. 특히 버드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바람에 나부끼는 가지의 움직임은
나름대로 운치가 가득하다. 호수가 엄청 넓고 큰데다가 아이들 놀이에 적당한 놀이시설도 있으니 곤명 시민들의 놀이터로는 안성맞춤이다.
계림 행 차표를 손에 넣은 터라 한껏 기분이 좋아진 우리들은 일단 점심을 먹고 전지에 가보기로 했다. 차표도 구했으니
이제는 오후 일정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해야 할 신세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은 것 외에는 어제 저녁부터 뭘 먹은 기억이
없다.
호텔 바로 옆에 손님들로 바글거리는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었다. 기차역 앞이라 그렇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꾸준히 들락거리는 것으로 보아 음식솜씨가 예사는 아닐 것이라 짐작되었다.
운남의 특산 음식으로 과교미선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과교미선(過橋米線 궈치아오미시엔)은 쌀 국수이다. 쌀 국수는 월남과
중국의 광시(廣西 광서)지방 그리고 윈난(雲南 운남)성이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바로 호텔 옆 허름한 그 집이 미선 전문집인 것 같았다.
용감하게 들어가서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앉는다.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사투리가 심한 나라이다. 그러니 우리가 어설픈 중국 발음으로만 말한다면 어디 이상한 곳에서 굴러 들어온 촌놈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린 약간은 세련된 작은 배낭을 매고 있는데다가 선글라스까지 떡 허니 잡숫고 있으니 누가 봐도 영락없는 유람객들이다. 눈치코치로 먹고사는 종업원들 눈에는 우리가 단번에 외국인들로 보일 수밖에 없다. 형편이 그러하니 조금 실수해도 그리 부끄러운 게 아니다. 미리 봐둔 차림표의 한자를 찍으며 어설픈 중국어로 외친다.
"미셴 싼거(세개!)"
미리 장만하여 준비해둔 냄비에다가 납닥하게 썬 고기를 고명처럼 올린 뒤 가스 레인지 위에서 즉석에서 보글보글 부글부글
끓여서는 손잡이 달린 뚝배기에 담아주는데 미선 그거 엄청 뜨겁다.
멋도 모르고 뜨거운 국물을 들이키면 입천장 벗겨지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그나저나 양념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수저로 떠먹으면 정말 속이 시원해진다. 미선은 시원한 그 맛으로 먹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자 용기가 용솟음친다.
얼마냐고? 중국 돈 거금 5원이다. 한국 돈 750냥 정도이다. 배도 부르니 간덩이도 함께 부풀어오르고 그 바람에 첫날부터 택시를 잡아타고는 기세 좋게 외치고 말았다.
"전지로 갑시다. 대관루가 있는 전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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