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미없는 인사인줄은 나도 알아.
우린 만난 적이 없거든.......
네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고......
돌길에 물기가 촉촉하지?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려.
빗방울의 모습을 그려 본 적이 있어?
빗방울은 밤톨처럼 생겼다더군. 그럴까?
인생은 첩첩산중에서 헤매는 나그네 같은 것인지도 몰라.
출구를 모르고 방랑하는게 인생이 아닐까?
넌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니?
얼마나 쓰디쓴 삶을 살아야 했을까?
우린 그냥 애만 쓰다가 가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 흔적은 이렇게라도 남을지 몰라.
나이들면서 깨닫게 되었어.
넌 어떻게 생각해?
왜 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젊은 날엔 꿈에도 잘 보였는데......
하지만 하늘 높음은 알지 싶어.
우린 인생 깊이를 알고나 사는 것일까?
이 길을 딛고 걷고 섰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머리카락의 반이나 하얗게 세어버린 나이가 되니
어깨가 가녀렸던 자그마한 우리 할매가 자꾸 보고 싶어.
"할매요~~~~"
"아재요~~~~"
6.25 참전용사였다가 부상입고 돌아온 아재는
결혼도 못하고 죽었다고 해.
큰 누님은 아제 얼굴을 보았다고 하지만
난 얼굴 본 기억이 없어.
도대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넌 그답을 알고나 있어?
재넘어 동네엔 무엇이 있을까?
인생의 뒤안길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먼 산에 비구름이 묻어오는게 보이지 않니?
여우비가 내리는 날의 낮잠은 달콤하기만 했었는데......
이젠 그런 여유가 없어.
이런 곳에 매달려 땀방울을 흘려야 살 수 있다니.....
하지만 선생인 나는 남보다는 쉽게 살아온 것 같아.
사실 고마운 일이었지.
난 학문의 세계에 뛰어들고 싶었어.
책에 파묻혀 살고 싶었는데 그렇질 못했어.
인생을 낭비해버렸거든.
결국 알량한 지식 나부랭이나 팔아먹는 선생이 되고 말았어.
나랑 닮은 것 같지?
나도 이런 때가 있었어.
난 네가 간 그 길이 의미가 있기를 바래.
정지용님의 시에 나오는 사철 발벗고 살아 온 아무렇지도 않은
내 어리석음과 모자람은 벗어날 길이 없지 싶어.
난 밝은 곳을 보며 살거야.
행복하길 바래.
인생길 무게에 항복하지 말고...
그럼 이만
안녕.
Aerry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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